숙소에 우리만 쓸 수 있는 작은 수영장이 있었다.
수심은 생각보다 깊었다.
1.25m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딸은 놀기 딱 좋은 깊이였지만,
아들은 마치 바다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당연히 두려움에 처음에는 잘 놀지 못했다.
몇 번 같이 물속에 들어가고 튜브를 타고 놀아주었더니
금방 적응하고 오랜 시간 놀았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
우연히 물밖에서 물안 쪽으로 점프를 하는 아들을 받아주었다.
다이빙 놀이가 재미있었나 보다.
나를 향해 점프를 하고
다시 올려주고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뒤로 가라고 했다.
"아빠 뒤로"
"뒤로 가!"
한 발 한 발 뒤로 갔는데 자꾸 더 뒤로 가라고 외치는 아들.
순간적으로 나는 왜 그러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집에서 공놀이를 할 때면,
너무 가깝다 생각이 들 때 나에게 "뒤로"를 외치던 아들이었다.
무언가 던지려고 하나보다 라는 생각으로 점점 뒤로 갔다.
수영장 절반을 넘어갔을 때쯤.
갑자기 아들은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 다급히 몸을 날려 받아 올렸다.
거리가 있어서 물속에 얼굴이 잠시 잠기기도 했지만,
아들은 크게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물을 먹어서 콜록거리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이 아빠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
나는 슈퍼맨이 아닌데 말이다.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간 에피소드이지만,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위험한 장면이라서가 아니다.
"이 조그만 아이가 아빠를 많이 신뢰하는구나"
이런 마음에 괜히 뿌듯하고 으쓱해졌다.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진실이 무엇이든 나는 그렇게 느꼈고,
그로 인해 기분이 좋다.
아들이 언제까지 내 품속에서 놀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 주어야지.
나도 어린 시절 생각해 보면,
아빠라는 존재는 엄청 크게 느껴졌다.
감히 내가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말이다.
그런 아빠의 존재가 세월이 흐르고 보니,
범접할 수 없었던 산이 아니라 뒷동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빠는 작아지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자랐을 뿐이다."
요즘 아들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뒷동산이라도 좋으니 그런 아빠가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언제든 쉬어 갈 수 있는 뒷동산으로 오래도록 남아있고 싶다.
더 이상 그 동산이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