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난 당당해졌다.

- 이혼도 했는데 내가 못할게 뭐 있겠나?

by 글쓰는장의사

나는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집안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성에게 말을 잘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런데 이혼 후에도 연애는 하고 있다. 내 자랑을 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가끔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대체 어떤 재주로 만나는 거야?"

"글쎼요... 자신감? ㅋㅋㅋ"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기는 하지만 100% 농담은 아니다.

나는 원래 여자 앞에서 자신감이 없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이혼을 하고 변했다.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당연히 이혼 직후 나의 모습은 더 자신감이 없었다. 그냥 싱글일 때도 없던 자신감이, 앞에 아주 큰 '돌'이 박혀있는데 생길 리가 없지 않겠나? 그 당시에는 여자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 앞에서도 자신이 없었다. 마치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를 죄인 취급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사실은 나만 나 자신을 죄인 취급할 뿐이었는데 그 사실을 몰랐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 씨의 대사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남편의 외도로 삶을 포기한 환자에게 약을 먹도록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이혼 이야기를 할 때 뱉은 대사이다.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와... 경험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인데 저걸 어떻게 알지?"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어느 날 문득 '나 뭐 하는 거지?, 나는 범죄자가 아닌데, 왜 범죄자보다 못한 생활을 스스로 하고 있지?'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로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탈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방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의 방법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저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가장 먼저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공개하기'로 나 자신을 단련했다.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아내에 대한 질문에 대충 얼버무렸지만, 이때부터는 당당히 이야기했다.

"이혼했습니다!"

당당할 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나를 안쓰러운 눈빛 혹은 동정의 눈빛으로 보지 않았다. 예전처럼 같이 농담하며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오히려 위로하지 않음이 위로되었고, 사소한 농담이 용기가 되었다.


길러진 체력을 바탕으로 이제 철저한 계획을 세울 차례다. 이 어둡고 습한 감옥에서 탈출할 계획은 간단하다. 문을 열고, 몸을 빼고, 문을 닫는다. 무슨 말이냐고? 사실 계획 따위는 없다. 만약 앞에서 말한 '공개하기'가 성공적으로 단련이 되었다면, 그래서 내가 스스로 만들었던 감옥을 탈옥하기 위해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그 감옥은 없어지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있었다.


나는 내가 성공적인 이혼 생활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나의 자신감은 결혼 전 보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후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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