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걸 뒤로 미루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
"엄마, 나 딱 1년만 나 혼자 살아보고 다시 올게"
"왜?"
"나도 내 인생을 한 번만 살아보고 싶어"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이혼 후 엄마와 대화였다. 이제 다시 집으로 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고 있었을 엄마에게 나는 또 한 번 짐을 떠넘겼다. 그래도 엄마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의 인생이 가여워서 일수도 있고,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서 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엄마는 허락했고, 그 길로 나는 원룸을 계약했다.
정확히 1년을 혼자 원룸에서 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1년 동안 사춘기 때도 하지 않았던 방황을 시작했다. 모든 일은 뒷전이었다. 그저 나의 삶만 바라보고 살았다. 미안하지만 이 기간 동안 아이도 엄마도 동생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낸 1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죄책감 혹은 미안함이 들지 않았냐고? 그게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아니 사람이 아니다. 분명 나는 엄마에게 죄송했고, 아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애써 외면했다. 그래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삶에 대한 허무함과 외로움 이 두 가지였다. 재밌는 사실을 외로움을 이겨내니 허무함은 금방 잊히고 없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주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물론 사람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감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았다. 외로움도 허무함도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단 하나면 사라져 버렸다.
만족감 혹은 행복함. 사람은 무엇인가 만족을 하면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나는 1년이라는 방황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여행, 운동, 독서, 영화, 카페 등등 즉흥적으로 원하는 것이 생기면 실행했다. 경제적인 부담감도 무시했다. 때로는 한 달 월급을 일주일 만에 탕진한 경우도 있다. 그래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더 크게 왔다. 육체적인 불편함은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어린아이 장난에 불과했다.
무책임한 생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불효자라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1년의 욕먹을 기간이 지난 후 많이 변했다. 아이에게 하는 말과 행동도 변했고, 엄마에게도 변했다.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내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만약 내가 그 방황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면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 일기도 쓰지 않았던 내가 여기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어느 날 문득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올해 안에 합격을 하겠다는 작은 목표로 도전을 했다. 운이 좋게 아주 빨리 합격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대부분 이혼을 경험하신 분들은 중년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 성인이다. 무엇이든 선택에 있어서 제약이 많을 것이다. 가족, 아이, 돈, 직장, 등등 수도 없이 많은 부분이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당당한 삶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정말 제일 우선이라면, 눈 딱 감고 주위에 공지 혹은 통보를 하면 된다.
"지금부터 얼마 기간 동안 나는 나만의 인생을 살겠으니, 좀 도와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