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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승진 Oct 17. 2023

2. 대한민국은 왜 압력밥솥 교육 사회가 되었나?

2. 대한민국은 왜 압력밥솥 교육 사회가 되었나?

1) 석차를 아시나요?


<타임>지 기자 아만다 리플리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두고 ‘압력밥솥 경쟁교육’이라 표현했습니다. 전 세계가 경쟁교육을 논할 때 대한민국을 제시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경쟁교육은 팽배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줄세우기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되었을까요?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과거제도일 것입니다. 958년 고려 광종은 과거시험을 치르겠다고 선언했지요. 과거제도는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어서 분명 경쟁체제를 기반으로 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구조적 경쟁이 본격적으로 우리교육에 정착한 것은 단연 일제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조선의 유학교육은 과거로 인한 경쟁이 존재했지만, 여전히 공공성이 중요한 시험이었습니다. 교육의 목표는 수기치인이었고, 이러한 목표아래 교육기관들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무상교육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국가차원으로도 개인차원으로도 교육에서는 공공성이 중요시 강조되었지요.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모두들 ‘석차(席次)’라는 단어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중기경부터 소학교에서 매 학기마다 엄격한 시험이 있었는데, 성적순으로 교실에서 자리를 앉혔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식민지 교육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석차중심교육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며 일상적인 경쟁을 요구하였습니다. 특히 일제는 학교 설립에 소극적이었는데 교육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며, 식민 사관 아래 시험에 응한 이들에게만 사회적 보상을 제공했습니다. 즉 식민지 국민을 육성하는 방도로 경쟁교육과 시험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교육이 철저히 개인의 욕망 실현 수단으로 전락하며 교육의 목적이 전도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쟁교육은 한마디로 ‘입시위주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입시위주교육’의 모습은 1930년대에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등학교로 입학을 위해 보통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시수를 무시하며 입시 과목 편중수업을 했고,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수업, 보충수업, 과외수업 등이 관행처럼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다음 (신문기사를 보면)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구분하고 차별하는 교육방식도 일제 때부터 팽배함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인 초등학교에서는 2~3학년 때부터 성적 우수한 아동, 즉 졸업 후 상급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 만한 아동 5~6명을 내정하여 평소 교수, 복습, 시험 전반에 대하여 그 아동만 주력 교수하고 성적이 그다지 우수치 못한 다른 아동은 애초부터 안중에 두지 않는 동시에 교실 맨 뒤에다 앉혀 놓아서 여간해서는 선생의 말을 들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동이 선생에게 무를 기회도 없고 선생이 아동에게 무를 기회도 전혀 없다.”


선생님 가라사대 "아니, 떠미는 학부형이 반칙이요." 학부형 "아니 잠깐. 심판도 안보는데 끄느니 떠미느니가 어딨어요"

가르치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지 못한 채, 오로지 학생 선발만이 교육의 최우선 목적에 놓이는 기형적 현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2) 피라미드 대학구조


이러한 선발중심의 교육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져 석차중심의 입시위주교육이 팽배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학서열화’ 문제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서열화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학서열화가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존재한다며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죄송하지만 이는 대학체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생긴 오해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서열화 문제는 미국 유럽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 합니다. 왜냐하면 서울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일부 몇 개의 대학에 의해, 그것도 완전한 피라미드 형태로 대학서열이 매겨져 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서열화가 고착된 이유는 역사적 맥락, 문화적 맥락, 사회 구조적 맥락 여러 원인이 혼재하지만, 현재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육여건의 격차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를 살펴봅시다.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의 대학 문제로 한번 씩 깊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위사람들은 다양한 조언을 해 줍니다.


재수를 해서라도 반드시 인서울은 해야해!

대학보다는 아이의 적성이 중요하니 학과를 보고 선택하는 게 맞아.

좋은 대학이 어디 있어? 아이가 즐겁게 다니기만 하면 되지.


그래서 학부모는 자녀를 위해 한번 꼼꼼히 살펴보기로 합니다. 먼저, ① 어떤 대학이 교육 여건이 좋은지를 살펴봅니다.

대학의 총교육비는 양적 교육 인프라를 구축함에 있어 중요한 작용합니다. 우월한 예산규모를 바탕으로 교육투자 여건이 뛰어난 대학들을 확인해 보니 대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또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1인당 교육비가 높은 대학들 역시 소위 SKY를 필두로 한 수도권 대학에 쏠려 있습니다.


다음으로 ② 우리 아이의 취업에는 어떤 학교가 좋을 지를 알아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9년 8월~2010년 2월 사이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2011년 평균 급여와 취업률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니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의 평균 급여는 월 269만 5,000원, 수도권 대학은 월 208만 2,000원, 지방대학은 월 196만 7,000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명문대에서 수도권 4년제로, 그리고 지방 4년제로 갈수록 급여가 낮아지며, 취업률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③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보기 위해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해주는 학교들은 어디인지 알아봅니다


‘2018년 대학지원사업 대학별 지원액’을 분석해 보니 BK21+사업비(총금액 2,687억 원)를 지원받은 67개 대학 중 지원액 상위 10개 대학이 65.9%(1,771억 원)의 지원액을 차지했는데, 서울소재 18개 대학이 지원액의 53.2%를 차지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와 부모는 높은 서열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교육 여건, 취업 여건, 인맥 여건, 사회문화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최선의 선택임을 확인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학서열화의 핵심은 각 대학의 예산 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 여건의 격차로 인해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택이 한 방향을 향하다보니 국가적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 단계라도 더 높은 서열의 대학에 진입하기 위한 26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대학서열화에 발맞춘 줄 세우기 평가와 문제풀이식 교육, 여기서 비롯되는 공교육 붕괴, 초중고생 4명 중 1명이 극단적 시도를 생각할 만큼 극심한 경쟁고통, 부모의 양육 부담과 낮은 출산율, 지역 인재 유출로 인한 지역사회 소멸위기까지. 대학서열화에 파생된 입시경쟁과 이로 인한 수도권 쏠림은 이제 국가의 실존과 관계되는 직접적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말은 여러 시사점을 던집니다.


심각한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변의 경제 법칙이 초래한 결과가 아니라, 정책과 정치가 초래한 결과다. (중략) 따라서 다른 정책이 시행되면 전혀 다른 결과, 예컨대 경제적 성과가 개선되고, 불평등 수준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행이 그의 말은 대학서열화와 입시경쟁이 필연적인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줍니다. 대학서열화와 입시경쟁, 과도한 경쟁교육 현상은 정책과 정치가 초래한 결과이며, 이전과 결을 달리하는 정책을 수립·시행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학서열화와 관련해서는 해결을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훌륭한 대안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죠. 


이상으로 오늘은 대한민국 경쟁교육의 연원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시간에는 두 가지 경쟁의 유형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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