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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예 Mar 24. 2023

뒤늦은 2023년 계획

만다라트 이용해서 연간계획 세우기

이틀 전 2023년 연간계획을 마쳤다. 작년 12월에 번아웃 및 건강상의 이유로 병가를 내고 재충전에 집중하느라 성찰은 잠시 뒷전으로 두다 보니 이미 1분기가 끝나가는 지점인 지금에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10주에 걸친 재충전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기록할 예정이다).

3년째 함께하고 있는 #이루리클럽을 통해 #몽땅플래너 라는 구글 시트 기반의 디지털플래너를 접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올해 우선순위를 나에게 중요한 가치와 목표에 기반해 마음에 드는 연간계획표를 작성할 수 있었다.


분야별 목표를 브레인스토밍 하는 만다라트

만다라트를 써본 적은 있지만 몽땅플래너 비기너 모임을 통해 더 체계적으로 작성해 봤다. 표의 정가운데에는 올해의 원씽 목표가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싸는 8개의 회색칸은 원씽을 이루기 위한 세부목표라 볼 수 있다. 이 여덟 칸을 아무렇게나 채우기보다는 1. 도전 영역, 2. 개인 영역, 3. 유지 영역, 4. 루틴 영역 등으로 나누어 작성하면 좋다.

나의 2023년 만다라트


연간 원씽

나는 쉬는 시간 동안 기획을 하는 Product Manager에 관심이 생겼고 한편으론 개발자로서 성장도 하고 싶어서 올해의 원씽을 ‘기획할 줄 아는 L5 개발자’로 정했다. 완전 커리어 스위치를 하는 건 다소 부담되니 당장은 개발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기획에도 발을 담가보려는 의도다.


도전 영역

이를 위해 나의 도전 영역은 L5 개발자와 L4 PM로 정했고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세부 영역도 채워봤다. 회사에서 개발자로 (몰입해서) 일하는 시간을 4시간으로 정했고 PM으로서 1시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직 PM이 된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시간을 지금은 수업을 듣거나 코칭 및 멘토링을 받는 시간으로 쓸 예정이다.


개인 영역

개인 영역에는 개인적인 역량 키우기,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깔끔한 집에 살기, 그리고 육아 분야가 있다. 쉬는 기간 내내 매일 5-6시간씩 집정리를 하며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남은 물건에는 자리를 정해주는 과정을 반복했는데 이젠 웬만한 물건에 집이 있는 덕에 매일 조금씩만 신경 쓰면 금방 깨끗해지는 집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도 군더더기 없는 집에서의 삶을 추구하며 조금씩 관리할 계획이다.

나에게 커리어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들 육아다. 항상 올바른 육아관은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주도적으로, 그리고 당차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바람이 가장 크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긴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을 하고 직접 시행착오 겪으며 실천해 보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을 생각하며 세부 목표를 작성해 봤다.


유지 영역

올해부터 우리 집 재정에도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지금까지 남편에게 100% 위임하고 나는 우리 회사 주식이 얼마인지, 내 계좌에 얼마큼씩 들어오고 있는지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무관리 8가지를 모두 하고 싶어서 매주 90분 루틴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난주에 처음 해보고 모든 은행계좌의 비번도 다 찾아놓고 각 계좌 별 예치금을 확인했다. 이번 주부터는 실제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지만 내가 직접 돈의 흐름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하던지.

관계 영역도 만다라트에 넣어봤다. 내향적인 성향으로 관계 유지는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이걸 의식적으로 신경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더 고민해야 한다.


루틴 영역

번아웃으로 병가를 내는 지경에 이르면서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이 조금 바뀌었다. 회사에 돌아와서도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최선을 다해 업무를 하되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잠은 무조건 적정 수면시간을 지킬 예정이고 업무보다 운동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했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운동은 밥 먹는 것처럼, 생리현상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식습관 부분에서도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강박관념을 가지는 것보다는 매 식사시간 때 non-밀가루를 "선호"하기로 했다.


그래서 연간목표를 추려봤다

만다라트 표에서 64칸에 채워진 걸 모두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다 하려고 하면 오히려 제풀에 지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에 그중 정말 중요한 것을 추려서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플래너 가이드대로 7개를 추려서 올해의 우선순위로 정했다.

만다라트에서 추려서 만든 연간 목표

우선순위 별 실천 내용을 정할 때에는 SMART (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alistic, Time-bound) 기법을 적용해서 만들었다. 회사에서 성과 지표 만들 때도 사용했는데 개인적인 연간계획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한이 있어야 하고 실천 가능하며 수치와 증거로 표현할 수 있다. 나의 원씽과 부원씽인 PM과 개발자 분야에서는 멘토링이나 강의, 그리고 직접 부딪혀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매주 글을 한편씩 작성하기로 했다. 기록목표 외 7가지 세부 목표를 통해 배운 것을 글로 기록하는 아우르는 목표이기도 하다. 

체력에 있어서는 운동 수업 참석 횟수를 세기로 했고 멘탈을 위해서는 8시간 수면에 성공했거나 음식 섭취에 있어서 건강하게 하려고 노력한 기억이 있다면 성공한 날로 여기고 이런 날의 횟수를 세기로 했다.

육아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하루 루틴을 구성하는 시간을 주 3회 가지는 것이 목표다. 현실적으로 이걸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차하면 중간에 수정하면 된다. 매일 집정리는 당연히 하는 것으로 하고 매주 둥지 한 곳을 정리해서 비우는 것을 우선순위 목표로 했다. 그리고 매주 90분 재무루틴을 마지막으로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렇게 수치화된 연간 우선순위는 주간목표와 매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에도 이미 아주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중요도를 파악하는데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서 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래, 올해도 잘 해보자

나에게 안성맞춤인 연간목표를 세우려다 보면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나의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좋은 연간 목표는 나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목표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정말 괜찮은 목표를 설정한 것 같다. 현실적이고 수치화도 잘 되었다. 연말에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는 어떤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을까? 그때의 모습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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