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참 귀엽다. 순할 순(順)에 순우리말 둥이가 붙는다. 아이를 안고 나가면 아기 엄마들이나 이미 아이를 키운 어르신들이 말을 종종 건다.
"참 힘들 때죠? 그래도 제일 예쁠 때야."
"아이고 참 아기가 예쁘게 생겼네. 힘내요!"
초췌한 몰골 탓일까 모두 힘내라고 응원해준다. 그런데 딱히 힘든 일이 없어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하다.
"아기가 순둥이라서 딱히 힘들게 없어요!"
아이가 순둥이라서 그렇다고 대답해놓고 '아기가 얼마나 순해야 순둥이인 걸까?' , '우리 아이는 객관적으로 순둥이일까?' , '울지 않는 아이가 순둥이일까?' 뭐 그런 가벼운 궁금증이 떠다녔다. 그런 궁금증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는데 내가 내 아이를 순둥이라고 말한 이유를찾는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나름대로 순둥이의 정의를 내렸다.
울거나 떼를 쓰는 이유가 명확하고 원인이 제거되면 평정심을 빠르게 찾는 아이 혹은 사람
우리 아이는 울거나 떼를 쓰는 이유가 명확하다. 90% 이상 그 원인이 보여서 미리 원인을 제거할 수 있고 사후에라도 그 원인에 적절히 대처하면 울음을 그친다. 그러다 보니 우는 횟수가 적고 나의 감정소비가 적다. 또 나와의 애착이 안정적이라 내가 없으면 울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보이면 1~2분 내로 그친다. 외출 시나 낯선 사람이 집에 와도 낯을 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잘 안기고 방긋방긋 잘 웃는다. 그러다 보니 아기를 만나는 사람들이 순둥이라고 이야기해주기도한다.
'안 우는 아이가 순둥이인 걸까? 잘 자는 아이가 순둥이인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울 이유가 있는데 울지 않고 활동을 해야 하는데 잠만 자는 아이라면 오히려 순둥이를 넘어서 걱정이 앞설 것 같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하고 의미 없는 떼나 울음이 없는 아이가 순둥이지 싶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3박자를 두루 갖춘 우리 순둥이는 어제 폐구군 접종을 하고 와서 열이 38도 안팎으로 오르니 쉽게 잠이 들지 못해 몇 차례 낑낑거리더니 열패치를 붙여주고 해열제를 먹이고 열이 좀 내리니 이유식을 아기새처럼 찹찹 받아먹고는 스르륵 잠들었다.
나와 궁합이 참 잘 맞는 내 아이다. 내가 육아가 체질인가 싶을 정도로 아이가 성장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아이다. 참 고마운 순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