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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Jan 26. 2021

<그동안에 대해서>

기록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된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내가 애정 하는 뉴스레터 스타트업인 뉴닉의 CEO 김소연 님은, 뉴닉의 경쟁 상대는 다른 뉴스레터 기업이 아니라 '세상이 궁금하지 않은 마음'이라고 했다. 

니의 경쟁 상대는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나는 성과주의라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에 큰 대의와 정당성이 있어야 하는 '계기 주의' 사람이라서, 매일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의 3주를 조금 변명하고 싶다. 


 먼저 계절학기를 수강했다. 길게 이어진 휴학 생활 때문에 학교 수업에 대한 감을 잃을까 봐 두 과목이나 신청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한 과목은 드롭했고 한 과목은 A+를 받았으니(자랑 맞음) 학점을 위해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이다. 계절학기 기간에도 틈틈이 독서를 했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사실 새로운 글쓰기 시도는 많이 했지만 발행할 만한 퀄리티가 아닌 것 같아 '작가의 서랍'에만 묵혀두고 있다.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진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동안 쉬면서 했던 고민은 그렇게 머리 아프지 않았는데, 잠깐 현실을 맛보고 나니 다시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성을 느꼈다. 언제쯤 쉼이 현실이 될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과 건강하고 규칙적인 식단을 일상화하는 것이 이번 휴학의 목표였는데, 감염병은 이렇게 쉬운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게 내게서 앗아갈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다행히 필라테스 학원은 오픈을 해서 엄마와 듀엣으로 다니고 있는데, 엄마, 나, 필라테스 선생님 세 명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큰 안정을 느낀다. 물론 필라테스를 다녀오면 집에 오는 길에 내 체형의 문제점에 대한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와야 한다. 


 지난주에 새로 리추얼을 시작했다. 나를 만나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 미'에 등록해서 매일 아침마다 음악을 정해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계절학기 시험날 하루만 빼먹고 매일 리추얼을 수행하고 있는데, 확실히 돈을 내고 하는 리추얼에는 수행 의지가 샘솟는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던 잠 깬 뒤 이불 위에서의 스트레칭은 매일 까먹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받고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새로 생긴 기쁨이다. 어떻게 낯선 사람들에게도 공감하고 응원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다. 음악의 힘인가 보다.

 

 지난주에는 충청도 홍성에 다녀왔다. 아빠와의 대화는 7할이 먹는 얘기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었는데, 드디어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나온 홍성 맛집 두 곳을 다녀왔다. 굴밥 식당과 갈매기살(진짜 갈매기 아님) 식당이었는데, 맛은 딱 기대한 만큼이었다. 홍성 바닷가에서는 초등학교 때 놀이터에서 맡았던 냄새가 났다. 조금 짭짤하고 시원한 추억 냄새였는데 왜 놀이터가 연상되었는지 모르겠다. 부모님과 백반 기행 메이트가 되어서 정말 좋다. '테스와 보낸 여름'에서 꼬마 주인공이 죽음에 대비하는 훈련 대신,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겠다고 다짐한 것처럼,  많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다양한 감정과 경험의 중요성을, 코로나로 인해 다시 한번 절박하게 느끼게 된다.  


홍성 궁리항


 다행히 시국이 안정되어서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조금씩 만날 기회가 생기고 있다. 각자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매일을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익숙한 얼굴들이지만 항상 다시 보게 된다. 인복이 많아서 참 좋다.

요슐랭의 선택  <금돼지 식당>




 이렇게 1월의 3주가량을 정리하니까 다가오는 2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보이는 것 같다. 물론 과거와 미래보다는 현재를 온전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2월에 새로운 도전과 만남을 계획해둔 것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설렌다. 

 이제 손가락이 풀린 것 같으니 새로 글을 쓰고 싶기도 하다. 브런치에 쓰고 싶은 책 리뷰 프로젝트를 5가지 정도 구성해 놓았는데, 부지런히 읽고 쓰면서 흘러오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1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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