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보기

팔짱을 껴봐요

by 여니


까끌거리는 입천장에 갓 뽑아낸 티 한 모금을 넣어본다

지난밤늦은 잠투정 탓인지 아직도 잠에서 헤매고 있는 나의 눈꺼풀

기상이 이른 해님은 이미 저만치 올라서서 손 짓 한다. 어서 오라고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것들이 분명 반짝이는 햇살임에도 내가 마주하고 있는 오늘이 다시 하루의 시작임을 몇 번의 눈 깜빡임으로 알고 는 있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정돈되지 못한 삶 아직도 뭔가를 열심히 견뎌내어야만 하루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삶

내가 사는 오늘도 다른 이의 것과도 같은 것인지

나에게서 앗아간 것들은 무얼까~ 사람들

내가 얻은 것 들은 어떠한 것일까~버티기


수 없이 마주하는 이들이 누구 인지도 모른 채 시간의 길 위에서 의문이 든 것은 캐나다 방문 이후 가빈에게 궁금을 유발해 내었다.

가족 이란 거대한 함대를 띄웠을 때의 다짐은 비장했고 거친 항해를 통해 어느 바다인지 모른 채 표류한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나가고 있다

에너지를 내고 나면 지쳐버린 배기가스 와 같은 나이

두근 거림이 없어진 흐물거리는 심장을 가진 나이가 된 가빈은

아들이 보고 싶어서 용기 내어 전화를 걸어본다

'아들..'

'어. 엄마.. 잘 지내셔? 요즘도 운동 꾸준하지?'

'그럼. 해외는 잘 다녀왔지?'

말 한마디마다 수분 가득한 뭉클함이 자꾸만 생겨 나는 것은 그리움인 것인지. 못 다해 준 것에 미안함 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별 수 없었다. 가빈도 그저 엄마이니까


가빈의 형편은 남편과 아들 어느 누구와도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버렸다. 미움이란 자신의 에너지를 갉아먹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열정만 가득했고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던 남편이 싫었다. 남편과의 살림살이를 달리한 지 해 를 넘기고 있었더. 결혼의 생활이 모두 만족스러울 수 없고 딱히 재능이 없는 둘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시 여겨왔던 해결감과 존중감이 서로에게 없다고 여겨왔다.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정들. 남편의 인정은 늘 미래를 향한 현재의 갈급한 마무리였다.


'세상에. 여기서 북한산이 다 보이는구나. 이렇게 날이 좋다니. 우리에겐 오늘이 생일이다.' 아들은 자신의 팔을 슬쩍 내어준다. 팔짱을 끼어보니. 아들은 남자가 되어있었다.

나의 메이리


누구에게나 그렇듯 가족이란 이름 앞에서 늘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듯

입이 있어도 뱉어낸 말 들 이 너무 아플까 두려운 나이

이렇게 어른이 아니 이젠 나이를 속이고 싶은 시간이 되어간다.


눈을 감는 일

잠시라도 뭉그러지는 가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잘못 한 일도 용서 되는 시간

곧 잘한 일들도 뽐내어 마주해도 어색하지 않은 순간들이니까


가빈은 다시 눈을 서서히 감아본다

괜찮아도 되는 일

용서할 수 있는 일


휘휘 ~~ 말없이 건조한 바람이 날려버릴 듯 모든 걸 휘감는다

훠이 훠이 ~ 멀리멀리 말이 날아간다 나의 입을 두고

가까이 가까이 ~ 다가온다 돌아간 말들이 다시 기운을 얻어내어

포근히 살포시 ~ 하고픈 이야기를 안아보니

밤새 나의 품 안에서 너 의 모두를 내게 쏟아낸다

눈을 감는다

다시는 날아가지 않을 너를 기대하며

눈을 떠본다

남아 있지 않는 너를 확인하고선


소란한 하루에

잠시 눈을 감아보면

당신의 눈에는 메이리가 보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