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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Nov 17. 2023

친정엄마의 오다리도 이참에 고칠 수 있을까

필라테스 덕에 엄마 뿐 아닌 나의 몸도 변하고있다

지난 금요일, 내가 지오디 콘서트로 필라테스 수업을 빠지게 됐을 때,

엄마는 혼자 개인레슨을 다녀왔다.


필라테스 개인레슨은 어땠냐고 물어보니,

엄마의 신체상황에 맞춰 좀 더 디테일한 티칭이 들어갔다고 했다.

내 눈치를 보지 않고

한 명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인지

 엄마의 만족도가 높았다.


들어보니 운동강도는 높지 않았다.

여기저기 바로잡아야 할 곳이 많다 보니

스트레칭 위주의 설명이었던 것 같지만,

엄마는 개인레슨에 크게 감명을 받은 건지 집에서도 필라테스 동작을 복습하기 시작했다. 강사님은 어떤 미션을 주셨던 거지?


그동안 나는 필라테스 개인레슨이 너무 돈 아깝다고 느껴졌었다.

한 회에 8~9만 원이나 되는 필라테스 개인레슨은 받을 땐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필라테스를 한지 오래된 나의 경우엔 그룹레슨을 하면서 내가 호흡 따위만

좀 더 신경 쓰면 굳이 개인레슨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친정엄마를 보며 '아 누군가에겐 개인레슨이 꼭 필요하구나'라는 걸 느꼈다.


동작에 대한 개념을 잡아야 하고, 몸 여기저기 틀어진 곳을 집중해서 봐가며

바로바로 교정해줘야 한다.

개개인의 신체를 먼저 파악해야 함은 당연하다.


근육 쓰는 방법을 몰라서 신체가 틀어진 사람에겐 전문가의 가이드가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로바로 나타나기도 하니까. 


특히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개인레슨이 효과적이었다. 쌓여온 세월만큼 손봐야 할 곳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그룹레슨은 그렇게까지 해줄 수가 없다.


내가 좀 더 요령이 있었다면, 엄마와 듀엣레슨을 시작하기 전에 엄마에게 개인레슨을 5회 정도 시켜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남는다.


한차례 개인레슨이 끝나고

이번주엔 엄마랑 같이 듀엣레슨을 갔다.


바렐 위에서 여러 스트레칭과 머메이드 동작을 하며 옆구리 운동을 하고 나서

강사님은 엄마에게 미션을 줬다.


엄마의 오다리 고치기 미션!


엄마는 원래도 약간의 오다리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그 각도가 벌어지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딱 이런 모양의 다리인데, 이렇게 오다리가 되면

 무릎 관절에 부하가 오기도 하고

발목은 물론 허리까지 영향을 준다.


엄마의 오다리가 점점 심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허벅지 안쪽근육에 힘이 없어 다리를 팽팽하게 잡아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 같았다.


실제로 발레를 하게 되면

허벅지 안쪽근육에 힘을 줘 다리를 딱 붙이는 기본동작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허벅지 안쪽 근육을 강화하게 되면

 휘어진 다리가 곧게 펴져

오다리 교정 효과가 있다.

처음엔 무릎을 구부려도 무릎이 모이지 않던 엄마가 점점 무릎이 붙고있다.

강사님은 엄마의 오다리를 고치기 위해  벽에 바르게 서서 발을 살짝 앞으로 이동하고,

1)양 발을 붙인 채로 무릎을 앞으로 구부렸다가

2)무릎만 바깥으로 원을 그렸다가 다시 가운데로 모은 후

3) 다리를 다시 곧게 펴는 동작을 알려주셨다.


처음엔 무릎을 구부렸을 때

양쪽 무릎을 붙이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엄마는

이 동작을 거듭할수록 무릎이 점점 붙는 게

눈에 보였고,

마지막에 다리를 펴기 전까지는

 꽤 다리모양이 곧게 유지가 됐다.


물론 아직 허벅지 근육 힘이 없어

 마지막에는 다시 다리가 벌어지긴 했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엄마의 다리각도도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운동만으로 오다리가 나아질 수 있다니!

엄마에겐 큰 깨달음처럼 보였나 보다.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단련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엄마 60 평생 처음 해봤겠지.


다음날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엄마는 다리 사이에 공을 끼우고 허벅지 안쪽 근육에 힘주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도 감기에 생리통까지 겹쳐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스트레칭을 하며 운동을 좀 하고 나니 몸이 가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집에 누워만 있었더라면 더 돌덩이처럼 무거워지는 몸을 느꼈을 텐데, 부담스럽지 않은 강도의 운동은 나에게도 효과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작년 겨울에 입었던 바지를 꺼내 입으니

허리가 한 움큼이 남는다.


크게 몸무게 변화는 없는데, 알게 모르게 신체 사이즈는 변하고 있다.


호흡을 통해 흉곽을 줄이고, 야식을 자제하고,

술도 줄이고, 야채를 많이 챙겨 먹으려고 하고, 탄수화물도 줄이고-


극한의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조금씩의 노력이 모여

 1년 사이에 헐렁한 바지를 만들어냈다.


아직은 나만 아는 변화지만,

친정엄마와의 필라테스가 어느 정도의 몫을 해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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