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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Dec 30. 2019

05. 생리통이 나를 처참하게 했을 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좌절감

심한 생리통과 많은 생리양은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일이지만 정말 스스로가 처참한 삶을 산다고 깨닫게 되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일 때문이었다.


첫째는 도저히 폐경까지 이 끔찍한 것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한의원에 갔던 일이다. 진맥을 한 의사는 "자궁이 너무 깨끗한데요?"라고 했다. 정말 바닥 없는 암흑 구덩이에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길 바랬다. 내 몸에 병이 있길 간절히 기도했었다.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절망스러웠다.


둘째는 중학생 시절인지 고등학생 시절인지 확실치 않으나 시험을 마치고 밝은 대낮에 걸어가는데 약 기운도 다 되어가고 워낙 아픈 날이라 정말 아랫배를 생으로 쥐어뜯는 아픔이 엄습했다. 신호등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두 날 다 누가 보는지 마는지 신경도 안 쓰고 울면서 집으로 걸어갔다. 부끄러운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할 수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자궁을 들어내고 싶었다. 그 무엇도 나를 구제해줄 수 없었다. 공포스러울 만큼 끔찍한 고통이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절망감과 아픔만이 나를 지배했다. 하루도 밀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한 달 중 5일의 지옥, 2일의 연옥.

불치병 환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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