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처지이고 어느 지역은 이미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출산축하금이나 다자녀 학자금 지원 등 각종 저출산 문제 해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요즘 분위기는 백약이 무효한 듯하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내 집 마련 포기를 넘어 아예 결혼도 포기하는 세태인데 출산을 권유하는 게 맞는 순서인 가도 싶다.
부부 중 혼자가 벌어서 돈을 모아 집도 사고 아이도 키우는 건 정말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다.
둘이 벌어서 소득이 두 배가 되어도 아이를 맡아서 길러 줄 사람이 없으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이 맡아서 애정으로 길러주시는 가정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런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고, 아이 맡아주시는 분을 고용하려고 하면 사실 부부 중 한 사람이 버는 돈은 거의 고스란히 육아를 위한 비용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출산을 포기하고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서 사회적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건 회사 조직에 비유하자면 새롭게 신사업이나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과 비슷하다. 회사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지원해 키워내는 과정을 인큐베이션한다고 표현하는 점에서 보듯 아이를 낳아서 건강히 성장하도록 만드는 일이나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만들어 안정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많은 유사한 점이 있다.
십여 년 전에 우리 회사에 취임한 CEO는 신사업과 신규 서비스에 대한 도전을 강조하는 분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우리의 사업은 성장이 정체되고 있으니 새로운 도전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런 요구는 너무도 당연해서 누구도 그런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거나 불만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때문에 서비스 관련 조직은 그런 방향의 요구를 분명한 미션으로 여기고 새롭게 일을 벌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수많은 신규 앱 서비스가 개발되고 다양한 팀 조직이 만들어졌지만 지금 그중에 남아있는 서비스와 조직은 거의 없다. 그리고 요즘에는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것을 더욱더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다.
왜 그런 걸까?
과거에 회사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UI/UX를 검토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품질을 검수하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고객 서비스하는 조직이 모두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 조직만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구분해 놓았지만 그 이후의 기능 조직은 하나의 조직이 수많은 서비스를 담당해 매니징 하는 방식이었다.
이전까지는 그런 방법이 효율적이어서 정착된 프로세스였겠지만 시대가 바뀌고 경쟁 환경이 변화한 다음에도 그런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없었다.
단계별로 업무가 마무리되어야 다음 단계로 일이 진행되고 각 단계의 조직은 자신의 업무를 최소한의 필수적 영역으로 정의한 체 결과에 대한 책임에 소극적이었다.
독립된 서비스 단위 별로 기획-디자인-개발 담당자가 하나의 조직을 이뤄 운영되는 경쟁 서비스 업체에 비해 업무 진행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정해진 출시일에 맞춰 서둘러 출시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에 대한 논쟁만 커지곤 했었다.
'품질 문제가 왜 검수에서 걸러지지 않았나?', '개발에서 왜 이런 케이스를 고려하지 않았나?', '요구사항에 포함되어 요청된 적이 없었다.' 등등 갖가지 책임을 미루는 갈등이 확대되는 구조였다.
그래서 마치 아이를 낳아도 이런 환경에서는 잘 키울 자신이 없는 것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시도를 해도 잘 키워내기 위한 온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없는 구조가 너무 명백한 상황이었다.
재밌는 것은 CEO가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획 조직에게 뭐라고 할 때는 "아이를 낳고서는 제대로 키우지 않는다."라고 힐난한 것이었다.
당시 서비스 팀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은 마치 아들을 낳지 못한다거나 아이를 제대로 육아하지 않는다고 눈총 받는 며느리의 심정이었다.
"애는 낳아서 뭐 나 혼자의 능력으로 키울 수 있나?"
"제대로 키우고 교육시키려면 돈도 들고 시간도 드는데 그런 건 모두 알아서 하라고 외면하면서..."
더 나아가 당시에는 책임감 있게 서비스를 인큐베이션하도록 단위 앱 서비스마다 기획팀장과 개발팀장을 각각 아빠 엄마라고 명칭해 이름을 붙여 놓으라고 하는 지시도 있었다. 문제 있는 앱 서비스를 보게 되면 아빠가 누구인지 엄마가 누구인지 찾아 따져 묻겠다는 의도였다.
"출산 보국(出産報國 : 아이를 낳아 나라에 보답한다)" 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아이를 낳아서 사회의 지속적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명백히 가치 있는 일이다.
신사업과 신규 서비스가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지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보듯이 당위성만으로 세상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 낳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을 며느리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듯이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환경은 시스템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을 함께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런 고민 없이 무조건 몇몇 조직에만 그 책임의 전부를 떠넘겨서 압박하는 CEO라면 자기 할 일은 뭔지 모른 체 아들 며느리만 타박하는 얄미운 웃어른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