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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장규일 Sep 21. 2018

강남 클럽 무대에 선 '직장인 디제이'

장규일의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01

퇴근 후 디제잉에서 강남 클럽 레지던트 디제이까지


15년 후반기 디제이 잠파노(Zampano, 본명 박대한)님을 만나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2015년 인터뷰 링크: https://brunch.co.kr/@afterworkdj/35) 당시 직장 생활을 하며, 몇 년간 독학으로 익힌 디제잉으로 연습실을 꾸리고, 다소리라는 크루를 만들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던 분이셨는데, 3년이 지난 오늘, 디제이 잠파노는 강남 대형 클럽 레지던트 디제이로 활동 중이다. 


지난 3년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녕하세요, 3년 만에 다시 인터뷰 요청을 드렸네요. 지난 인터뷰 말미에 ‘언젠가 강남 디제이가 되어 그 무대에 서고 싶다.’ 던 말씀을 하셨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셨는데요. 강남 디제이가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그 인터뷰 기억이 납니다. 다시 이렇게 인터뷰할 줄은 몰랐는데 다시 할려니 많이 쑥스럽네요.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직장인이고, 무대에서 열심히 음악을 틀고 있네요. 이 클럽에는 저 말고도 30여 명이 넘는 디제이들이 무대를 채우고 있거든요. 어마어마한 라인업과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꽉 찬 가게를 볼 때면 내가 정말 강남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답니다.

어떻게 강남 클럽으로 가게 되었나?


2015년부터 현재까지 다소리라는 크루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 기간 동안 알게 된 메니져 분께서 강남 쪽으로 오시면서 제게 레지던트 디제이 제안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저보다는 다소리 크루에 동생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생각했었는데, 차라리 내가 직접 들어가서 활동하고 인지도를 쌓아서 동생들에게 더 큰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서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동안 다소리 크루 활동을 하면서 홍대, 이태원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많은 인맥을 쌓았고, 그때 만났던 분들이 인연이 되어 여기까지 온 거라고 봐요. 물론 제가 강남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지만요.


올해 9년 차 디제이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디제잉이 즐겁나요?

 

일주일에 4번 이상,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 서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굉장히 힘들어요. 좋아서 하는 것도 막상 일이 되니까 더 신경을 쓰게 되고, 무대가 무대인지라 필요 이상으로 힘이 더 들어가는 거 같아요. 밤에 일해야 하는 것도 있고, 술도 예전보다 많이 먹게 되고, 사람 상대도 많이 하게 되고요. 


예전보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나요?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와요. 강남에서 일을 하면서 인스타그램을 홍보용으로 열어서 시작했는데, DM도 많이 오고, 제 플레이 영상도 많이 찍어서 올려 주시고요.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죠. 그전에는 디제이들끼리 알고 지냈다면, 이제는 일반인들이 더 많이 알아봐 주셔요. 일종의 강남 프리미엄이랄까. (웃음)


서울 외곽 지역에서 점점 씬의 중심으로 가고 있으신데요. 그동안 디제잉 씬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취미로 디제잉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깊게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2015년에 비해 이쪽 바닥은 훨씬 더 안 좋아졌죠. 무엇보다 음악을 틀 수 있는 클럽이나 라운지, 베뉴가 많이 없어졌어요. 특히 몇몇 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어요. 그러다 보니 디제이들이 남은 클럽으로 다 몰리게 되고,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거 같아요. 

본인의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딱 40살까지만 활동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 이상은 주책 같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따로 누군가 요청이 온다고 해도 안 할거 같아요. 저는 그 나이가 넘어갈 때까지 하는 건 너무 스스로 욕심을 부리는 거 같아요. 40살까지 뭔가 크게 하나 해보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려고요. 그 이상은 체력적으로 힘들 거 같아요. 하하하


3년 전 인터뷰에서는 직장인들이 취미 이상으로 디제잉에 에너지를 쏟는 걸 말리는 입장이셨는데, 지금은 입장이 좀 바뀌셨나요? 


3년 간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 그런 분들이 계시면 일단 한 번 저질러 보는 게 낫다는 입장입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올인해보고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게 더 나은 거 같아요. 그럴 각오가 없다면, 그냥 취미로 소소하게.


어떻게 올인할 수 있을까요? 이제 막 디제잉을 배우고 재미를 느낀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방법이 굉장히 궁금하거든요. 조언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음… 일단 기본적으로 디제잉 연습은 숨 쉬듯이 해야 되고요. 요즘은 디제이들 믹셋 구하기가 쉬우니까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디제이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잘 살피고 트렌드를 놓치지 말고 따라가는 게 중요해요. 


클럽에서 라이브로 디제잉을 하는 것과 사운드 클라우드나 믹스 클라우드에 올려진 믹셋은 좀 차이가 나는데, 어떤 믹셋을 들으면서 해야 할까요?

 

어떤 믹셋이든 상관없어요. 믹셋을 만드는 방법 자체는 동일하니깐요. 자주 믹셋을 들으면서 디제이들이 음악을 하나씩 이어갈 때, 왜 이 디제이는 이 포인트에 들어가는지, 왜 이런 노래를 선곡했는지 등을 아는 게 중요해요.


디제잉을 하면서 잡는 믹싱 포인트는 디제이들 마다 가지고 있는 본인만의 감이라고 보면 되나요? 


예를 들어 A노래의 특정 부분에서 B 노래의 특정 부분이 이어질 때 디제이들마다 조금씩 조금씩 달라요. ‘왜 이 사람은 여길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죠. 대체로 현업 디제이들은 믹싱을 하면서 각자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타이밍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요. 아마추어 디제이 분들이 처음 이걸 듣고 연습할 때는 ‘왜 이렇게 될까?’라고 질문을 앞 세우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그걸 따라서 반복 연습해보는 게 좋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자기도 어느새 그 디제이처럼 믹싱을 하게 되죠. 그리고 디제잉을 할 수 있게 되면 꼭 관객들 앞에 서서 틀어야 해요. 


혼자 틀어봤자 본인의 실력에 큰 영향이 없다는 말씀이신데, 실제 그런 무대를 얻기가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클럽에 자리 잡기, 정말 쉽지 않죠. 결국 현장에서 디제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자리를 얻고 또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봐요.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디제이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격차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지인들 잔뜩 불러서 노는 그런 무대 말고, 진짜 자기가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음악을 틀 수 있는 그런 기회 말이죠. 그러기 위해선 현재 활동하고 있는 디제이들을 쫓아다니고, 교류하며 관계를 쌓아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어떤 디제이를 오늘 밤에 찾아간다고 했을 때, 미리 SNS 메시지로 연락하고 실제 현장에 찾아가서 음악을 듣고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인맥이 쌓이게 되거든요. 제가 아는 동생도 특정 클럽에 자주 가서 얼굴을 보이고, 부지런히 네트워크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데뷔를 하게 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찬스가 한 번 와요.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다른 현직 디제이들이 절대 무시하지 않거든요. 

디제이 쪽도 직장 생활과 똑같군요.


물론 디제이가 음악을 잘 트는 게 제일 중요하죠. 하지만 자기가 그 공간에서 음악을 틀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면, 다음으로는 운영진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단순히 한 타임만 올라가고 사라질 게 아니라면 말이죠. 여기저기 두드리다 보면 1번의 찬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이어가는 사람은 그리 많이 않더라고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회사 생활할 때도 직원들 간 내부 영업을 하는 게 있잖아요. 힘든 일을 서로 도와가며 신뢰를 쌓고… 디제이도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본분을 잃고 술에 취해 난장을 피우거나, 영업장 업무에 방해를 주는 일이 있으면 안 되겠죠. ‘이쪽 바닥도 결국 다 인맥 아니냐, 불공평하다.’라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종종 봐요. 물론 이 일도 인맥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 없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어요. 누군가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건 서로 간에 신뢰가 쌓였다는 말과 같거든요. 애사심이 있는 직원이 승진을 하듯이, 업장과 관계가 좋지 않다면 음악을 아무리 잘 틀어도 소용이 없죠. 


디제잉 실력은 기본이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과감하고 꾸준한 벤치마킹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폭넓고 세심한 네트워킹을 통해 기회를 잡고 끈질기게 유지해야 한다는 거네요.


‘디제이들은 많은데 디제이가 없네.’라는 업계의 푸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에요. 믿고 맡길 디제이가 생각보다 적은 거죠.


인터뷰가 나가고 나면, 많은 아마추어 디제이 분들의 네트워킹의 대상이 되시겠는데요? 

좋죠. (웃음) 예전에는 제가 저를 알리기 위해 많은 수식어를 붙이고, 백방으로 노력을 했었는데, 이제는 ‘강남 OOO 클럽 레지던트 디제이입니다.’하고 간단하게 소개하면 끝이라서 좋아요. 하하하

다소리 크루를 새롭게 뽑으신다고 들었는데, 이번 리크루팅에 직장인 디제이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나요? 모집 기준이 있다면 설명 한 번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저는 열려 있고, 좀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뽑고 싶어요. 특히 그간 크루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거지만, 디제잉에 대한 욕심이 어느 정도 있는 건 중요한데, 그 욕심 때문에 다른 크루원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앞선 활동에서는 너무 전업 디제이들만 모여 있으니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고, 작은 자리에도 너무 많은 경쟁과 욕심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조금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재미를 위해 만나서 크루를 만들고, 서로 경쟁하며 많이 성장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론 독으로 작용한 거네요.


네, 제가 부족한 탓이 제일 크겠죠.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제 모습은 큰 차이가 없을 거 같아요. 한 번 경험을 해봤으니 다음엔 좀 더 잘할 수 있겠죠. 퇴근 후 디제잉에서도 많은 지원자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직장인 디제이들과 아마추어 디제이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어느 정도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고 해야 오래오래 편하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래야 내가 운 좋게 얻은 작은 기회 하나하나에도 감사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거든요. 성장을 위해 욕심을 내는 건 좋지만, 너무 심하면 자기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모든 게 성에 안 차기 시작해요. 그러다 보면 외곽에 위치한 클럽에서 활동하는 건, 본인의 급을 떨어뜨리는 거라고 생각하게 돼요. 급은 자기가 정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정해주는 건데, 스스로 ‘나는.. 급이야’라는 자만에 빠지는 순간 활동하기 힘들어져요. 조금 낯 간지러운 소리지만, 저는 주변 동생들에게 적어도 나만큼만 하라고 이야기해요. 돌이켜 보면, 그렇게 남들에게 나쁜 짓 해본 적도 없고, 욕심을 부려본 적도 없는데, 운 좋게 여기까지 왔거든 요. 


이런 게 답일 수도 있다?


네, 그런 생각을 종종해요. 저도 근 10여 년 간 활동하면서 느낀 점인데, 내가 그래도 남들한테 피해 안 주고 잘 했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냉소와 불평은 결국 본인을 갉아먹거든요. 


다음 인터뷰는 40살에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웃음) 다 내려놓으니 더 잘할 수 있겠다고 10년 더 하시겠다고 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퇴디 파이팅!!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디제이 잠파노 님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시리즈는 앞으로 씬의 다양한 분들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전하는 창구로서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퇴근 후 디제잉] 커뮤니티: https://www.facebook.com/groups/afterworkdj/

[오늘부터 디제잉] 책 구매처 : Yes 24/교보/반디앤루니스/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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