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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심 Jun 03. 2020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열세번째 밑줄


마쓰우라   요즘은 어느 정도 페이스로 달리시나요?

니시모토   주저앉고 싶을 만큼 피곤하지 않는 한 10킬로미터 이상은 달리려고 합니다.

마쓰우라   예전에 니시모토 씨가 “중요한 건 거리나 속도가 아니라 주행시간이다”라고 말씀하신 걸 듣고 규칙을 정했습니다. 10킬로미터를 달리는데, 내리 한 시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입니다.

니시모토   한 시간, 그러니까 60분은 꽤 괜찮은 단위라고 생각합니다. 60분에 10킬로미터요.
요전에 지인이 65세인 자기 어머니가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같이 달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다마강을 뛰러 갔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페이스를 맞추면서 달렸어요. 그랬더니 어머니도 10킬로미터를 완주하시더라니까요. 10킬로미터면 시부야에서 후타고타마가와까지 가는 거리라고 했더니 어찌나 놀라시던지요.
천천히 달리면 누구나 10킬로미터는 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 갔을 때 아침 일찍 일어나서 60분 동안 10킬로미터 달리는 걸 일정에 한번 넣어보세요. 그러면 그 동네를 거의 다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흘 동안 머문다 치면, 동서남북으로 10킬로미터씩 달릴 수 있잖아요? 아침 일찍 인적이 드문 시간에 달리면 이것저것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나만의 오리지널 러닝 가이드북도 만들 수 있을걸요?


마쓰우라   신기하게도 달리기 차림이면 이리저리 기웃거려도 의심을 안 받아요(웃음). 저도 외국에서 종종 달리는데요. 그냥 여행보다 더 특별한 느낌이 들어요. 걸어서는 못 가는 거리도 뛰어서는 갈 수 있고, 길에서 망설이다가 유턴해서 돌아와도 아무 문제없죠.
여행지에서 숙박하는 호텔을 중심으로 거리를 사 등분 해서 내 발로 뛰면서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건 굉장히 흥분됩니다. 빵 가게도 있고, 공원도 있네, 하면서 말이지요.

니시모토   맞습니다. 다양한 발견의 묘미가 있습니다. 혹시 ‘스트라바(Strava)’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아십니까? 지도며 주행거리, 속도를 기록하는 러닝 앱인데요. 런던에서 달리다가 리젠트 파크에서 적색 트랙을 발견했어요. 400미터짜리 트랙을 돌고 나서 이 트랙을 달린 사람들의 기록을 스트라바에서 찾아봤더니 43초가 최고 기록이었어요. 참고로 ‘400미터 달리기’ 일본 기록이 다카노 스스무(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미터 결승에 진출했던 일본의 육상 감독_옮긴이) 씨가 세운 44초 78이니까, 가히 세계적 수준이죠. 스트라바에는 평범한 적색 트랙이나 작은 동네 길거리도 ‘언제 누가 달린 길’로 남습니다. 러닝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죠.

마쓰우라   해외에서 달리는 건 그것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 됩니다. 얼마 전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다녀왔는데요. 매일 달렸더니 순식간에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아침 먹을 식당도 찾고, 시간 남을 때 빈둥거릴 장소도 찾았죠. 웬만큼 가이드도 하겠더라니까요.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으면 어지간한 곳은 다 갈 수 있잖아요(웃음). 어딜 가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 마쓰우라 야타로의 책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가나출판사) 중에서 -


매거진 <책 표지와 밑줄친 문장들>은 책을 읽으면서 밑줄친 문장들을 모으고, 표지 한 장 그려 같이 껴넣는 개인 수납공간입니다. 요새 시간이 많아서 누가 보면 배곯고 다닌 사람처럼 만나는 족족 책을 해치우고 있거든요. 제 마음을 요동치게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도 수신되기를 바라면서 칸칸이 모아놓을 예정입니다. 고상한 취향을 보여주기 위해 그럴싸한 문장만 골라낼 생각은 없습니다만, 예쁜 표지를 만나면 표지가 예뻐서 올리는 주객전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주 1회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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