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메인에 ‘30대 여성 난자 냉동 급증’이라는 뉴스가 떴다. 최근 늦어진 결혼과 출산으로 건강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미리 자신의 난자를 얼려두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내용이었다. 만 35살 이후부터 난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기형아 출산 및 유산 위험이 증가되기 때문에, 난자 냉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만 35살 이전에 방문하여 건강한 난자를 채취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었다. 마침 아이를 가지더라도 그 이후가 좋겠다고 남편과 대화를 나눈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때부터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가 뚜렷해진다고 하니 ‘나도 난자 냉동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미안한 엄마들을 너무 많이 목격한지라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기도 했고, 나이에 조바심 내지 않고 출산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니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난자 냉동으로 유명한 병원 예약을 잡았다. 결론적으로 ‘자연임신은 엄청난 축복’이라는 깨달음에 18,700원을 지불한 셈이 됐다. 의사 선생님 설명을 듣고 후기를 여럿 찾아보니 난자 동결은 산부인과 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를 앞둔 여성들의 가임력 보존을 위해 시행하던 것으로 단순히 대비 차원에서 도전하기에는 그렇게 간단한 시술도 아니고 확실히 보장되는 것도 없었다. 돈은 돈대로 들었다. 내가 느끼기에 대대적인 광고를 동원해 난자를 얼리기만 하면 미래에 100% 확률로 임신이 보장된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았다. 얼리다가 녹이다가, 수정시키다가 혹은 배아로 배양하다가 손실될 수 있고 이식 시점에 자궁 상태가 좋지 않아 착상이 안되거나 유산될 위험도 있어서 젊었을 적 보관한 난자가 막상 필요할 때 모두 동날 수 있다는 사실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건지.
정리하자면 20대 후반에 얼려서 만 35세 이전에 아이를 가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게 어렵다면 만 35세 이전에 충분한 양을 얼려 놓고 되도록 40세 초반까지 늦지 않게 아이를 가지는 게 현실적이라고. 하지만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노산과 난임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면서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현대 여성이라면 난자 동결에 투자해야 한다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부추기고 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어도 ‘보험’을 마련하려고 말이다. 나는 자꾸 이 비싸고 보장 범위가 불완전한 보험이 꼭 필요할 때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혹은 언젠가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매당하는 느낌이다. 상술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애써보는데 월동 준비마냥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일단 항뮬러관호르몬(AMH)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피 한번 뽑아 난소 기능상태 확인하면 좀 안심이 될 것 같다. 부디 검사 결과가 좋기를 빈다.
“제가 결혼한 지 만 2년이 돼가는데요. 아직 아이 생각이 없어서 난자 냉동을 생각하고 있어요.”
“난임 기간이 없으시네요?”
“네, 아직 피임 안 하고 임신을 시도해본 적이 없어요.”
“일단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라면 난자보다는 배아 동결을 더 권해드려요. 나중에 임신 확률이 조금 더 높거든요. 배아 동결은 난자랑 정자 채취해서 수정시키고 수정란을 배아로 배양해서 얼리는 거예요. 건강보험 적용받으려면 난임 기간이 1년 이상 돼야 하는데 환자분이 지원받을 수 있는지는 알아봐야 할 것 같네요. 남편분이랑 같이 오셔서 진행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직 남편이랑 거기까지는 얘기를 못해서요.”
“그럼 난자 동결 과정만 간단하게 설명드릴게요. 난자 동결하려면 먼저 생리 일주일 전에 방문하셔서 기초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 그리고 생리 2~3일째부터 열흘 정도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야 되고요. 2~3일 간격으로 내원해서 난포가 잘 크고 있는지 몇 개나 채취할 수 있는지 지켜보다가 다 컸다 싶으면 질 통해서 바늘로 뽑아내면 끝입니다. 수면 마취 들어가고 시술은 10분 정도면 끝나요.”
“채취는 한 번만 하면 되는 건가요?”
“임신하려면 대략 15~20개 정도의 난자가 필요한데 한번 자극할 때 이보다 적게 채취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여러 번 채취를 진행하기도 하죠.”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1번 채취하는데 약 300만원, 5년간 난자 보관하는데 100만원 정도 듭니다. 난자 보관 개수나 보관기간이 늘어나면 비용이 추가되고요.”
“나중에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은 별도이지요?”
“예, 별도입니다. 시험관은 난자 동결과는 달리 나라에서 일부 지원해주고 있어요.”
-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