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와 진보
보수와 진보
늘 마치 세상은 이 두 가지로 갈라 친 듯하다.
진보의 끝은 어디고 보수의 끝은 어디인가?
그리고 맞닿은 중심은 어디인가?
길게 평행선을 긋고 자신의 위치를 찍어 보라.
찍을 수 있겠는가?
확신에 차 한 점을 찍은 사람들이 그 평행선 위에 서서 좌우를 보았을 때 그들의 위치에서 무한한 선의 길이를 가늠할 수 있을까? 자신의 위치가 우측인지 좌측 인지도 모를 것이다.
난 확신이 없다.
그 어떤 선에 위치에도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분명히 알고 있다.
내가 배척하고자 하는 것이 곧 보수이고 개혁의 대상이다.
그 배척의 대상이 위치한 곳 바로 왼쪽이 나의 자리일 뿐이다. 그리고 나의 왼쪽엔 나를 배척하고자 하는 점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 위에 줄지어 서 있고 선택을 강요받을 뿐이다.
모두에게 이로운가?
세상의 정의는 늘 위치를 변화한다.
오늘 모두에게 이로웠던 것이 훗날 모두에게 위태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또 그 반대도 적용되지 않겠는가?
현실로 돌아와 현재에 비추었을 때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사실 되도록 명쾌하고 쉬워진다. 평행선의 어디인 줄 모르지만, 훨씬 명료해진다. 왜냐하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서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점을 찍으면 된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두 성직자는 같은 교리의 평행선 어느 상반된 곳에 점을 찍고 살아왔다. 어느 날 베네딕토 교황은 신의 목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그 이유는 교황청에 부패와 비윤리성이 드러나며 바티칸의 권위가 실추되자, 자신이 믿고 서 있던 점의 위치가 혼돈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황은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를 바티칸으로 초청한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논쟁한다. 베네딕토 교황은 신의 목소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베르고글리오에게 교황의 자리를 권한다.
어느 누구든 자신의 왼쪽에 서있는 사람에게 패권을 넘기기란 그리 쉽지 않다. 정치인들을 보라..
그러나 베네딕토 16세는(신뢰를 잃은 교황청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쇼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신의 배척점에 서있던 베르고글리오에게 신의 좌표를 넘긴다.
영화는 두 훌륭한 배우의 깊이 있는 연기와 성직자 또는 보수와 진보로서의 화해와 용서를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배척점에서 만난 그들은 신의 대리인으로서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그 과정이 꽤나 감명 깊게 그려졌다.
정치엔 화해와 용서가 없다.
영화를 보고 더욱 최근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덧붙여서.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하며 전에 써놨던 글들을 뒤적이게 된다. 약속을 지키려다 보니 전에 써놨던 글들 없이는 연재가 불가능하다. 전업작가도 아닌 직장인이 연재를 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자꾸 예전에 썼던 글들을 뒤적여 살려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시점과 맞지 않는 글들도 있고, 다시 보니 새로운 관점으로 읽히는 작품들도 있다. 얼마만큼의 노력으로 글을 쓰는 것이 적당한 지도 잘 가늠하기도 어렵다. 글쓰기 초보라 서툴고 부족함이 글을 미숙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조언이라도 받으면 좋으련만..
이 글을 썼을 때가 아마 '조국사태'로 불리우던 혼란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초동 검찰청사 앞 대로변을 가득 채워 묵묵부답인 검찰총장을 향해 시위를 벌였던 시국이었다.
법무부 장관 인사 청문회가 열리던 시간, 검찰은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의 아내를 기소했고, 그의 가족들을 무자비하게 털기 시작했다. 그렇게 과도한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총장은 결국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되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하였으며, 결국 탄핵되었다. 그리고 현재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의 상황에서 정치엔 화해와 용서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에서 회해와 용서를 얘기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작금의 정치 상황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라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2003년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란 전대미문의 TV토론회가 열리던 그 시절이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화해와 용서 같은 것들이 존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그 시절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은 퇴임 후 검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후 한국 정치에서는 화해와 용서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사라진 모양새이다. 비록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젠간 누군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이 과열된 갈등의 토양에 화해와 용서의 관용이란 새싹이 자라지 않을까 싶다.
2025년 4월 21일 역대 가장 진보적인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원제: The Two Popes
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레스 (Fernando Meirelles)
각본: 앤서니 매카튼 (Anthony McCarten,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다키스트 아워』 각본가)
출연: 조너선 프라이스 (Jonathan Pryce)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 프란치스코 교황
안소니 홉킨스 (Anthony Hopkins) – 교황 베네딕토 16세
상영시간: 125분
제작/배급: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