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감상 08화

인간실격

인간실격 아닌 인간합격 지침서

by 호퍼

우울함이 끝이 없는 이야기는 자기연민의 나락으로 끌고 간다. Halleluja -제프 버클리 음악이 지나치게 우울함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몇 날 며칠을 우울이란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 드라마였다.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1966.11.17. ~ 1997.5.29.)는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요절한 뮤지션이다.

2집 앨범을 준비 중에 사망하여 정식 앨범은『Grace』(1994) 단 한 장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극 중 강재의 친구인 호스트 청년의 죽음과 뮤지션의 죽음이 '젊은 청춘의 요절'이란 모티프로 녹여져 있다.(동일한 사인 익사)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해체된 가족. 어머니는 남편의 죽음 후 간병인이었던 남자와 같이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아들 강재(류준열 분)는 혼자 대행업을 하며 살아가며 긍정을 놓지 않는다. 어느 날 같이 호스트로 일했던 절친하던 친구가 자살을 하고, 남겨진 강재와 친구들은 그의 사후를 정리하게 된다. 강재는 우연히 옥상에서 위태로워 보이는 부정(전도연 분)과 만나게 되고, 자살시도 인지도 모를 상황을 막게 된다. 죽은 친구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핸드폰에 수신된 부정의 메시지를 보게 되고, 죽은 친구와 부정이 자살카페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강재는 몇번의 우연 같은 만남으로 부정에게 끌리고, 위태로운 부정은 강재에게 대행서비스를 요청한다.


강재는 뭔가 허하다. 내레이션으로 울리는 아버지에게 편지 쓰기. 그리운 아버지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질문하고 오욕의 삶을 살아가는 현재를 풀어놓는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삶이 고통스러워 죽고 싶은 부정.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대필작가를 하던 부정은 의뢰인인 유명인에게 배신당하고, 갑질 폭행에 이어진 사고로 태중 아이까지 잃게 된다. 직장을 잃은 것도, 아이를 잃은 것도 모든 게 그 의뢰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은 그녀를 증오하며 악성댓글과 편지를 쓴다. 부정은 자신이 갖고자 했던 모든 것을 잃은 상실감에 빠져있다. 남편까지 다른 여자에게 감정을 느끼고, 부정은 퇴사를 숨기고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며 살아간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옥상에서 자살 시도를 하다 강재를 만나게 되고..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여자. 상처받은 영혼에게 쉴 자리가 되어주는 남자.


‘난 아무것도 되지 못했어’

‘난 아무것도 못될 것 같아’

‘실패한 것 같아’


여자는 초라한 아버지 앞에서 오열한다. 치매로 점점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으며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여자의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부정은 아버지에게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아버지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제게


세상에 태어나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내내 눈으로


몸으로


삶으로 얘기해 왔었다는 걸


아주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 가고 있어요


- 부정의 독백



과연 부정과 강재는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 부정과 강재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을까?

부정과 강재의 관계는 물론 불륜으로, 아니면 다시 시작하는 삶의 시작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이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이다. 만약 우리였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까운 청춘의 요절과 가족의 죽음. 우리가 느끼는 상실감은 '이 삶이 어쩌면 의미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삶의 해답이라고 몸소 보여주는 부정의 아버지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우리가 그로 하여금 다시 깨닫는다면, 오늘 하루도 감사히 살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열심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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