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왕!”, ”호쇼르! ,” “허르헉!”
몽골 여행 초기, 아는 몽골어는 없고 열정만 넘쳤던 그때. 자민우드에서 처음 만난 그에게 나는 웬 요리 이름들을 읊어댔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던 걸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와 이런저런 말을 건네던 몽골 청년 바뚜루. 원래는 기차를 타고 울란바토르 까지 가야 하는 여정이었지만 내 열정이 보였는지 그는 선뜻 목적지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처음 본 사람을, 그것도 9시간에 걸쳐 차로 데려다주겠다니.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날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게스트하우스까지 태워다 준 것도 모자라 다음 만남에 몽골의 대표음식인 초이왕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일주일 뒤, 정말로 그는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초이왕을 울란바토르의 가정집에서 실제로 볼 수나 있을까? 막연히 상상만 했던 일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그의 집으로 향했고, 벌써 이야기를 해두었는지 짧은 인사 후 고모님께서는 바로 밀가루 반죽을 시작하셨다. 직접 면을 뽑기 위해서라고 했다.
몽골로 떠나기 전, 여행 소책자에서 초이왕을 처음 봤을 땐 그저 흔한 볶음국수라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몽골 가정에서도 거의 시판용 국수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직접 면을 뽑아 요리하는 모습을 보게 돼서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맛보게 된 초이왕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그저 밀가루 면에 고기와 채소를 볶은 음식일 뿐이었는데, 숱한 면 요리를 먹어봤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초이왕 특유의 그 쫀득함과 적절하게 간이 밴 고기 그리고 채소의 조합은 아, 이래서 몽골의 대표음식이구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오늘 하루,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탁 톡 토톡.. ” 창문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그날 생각이 났다. 낯선 여행자들 중 한 명일뿐이었던 내게 직접 면까지 뽑아 요리를 만들어줬던 바뚜루.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가 면을 자르던 도마 위 칼 소리처럼 들렸고 나는 불현듯 그날의 영상을 찾아보았다.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한 그날의 기억, 바뚜루가 보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