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꾸남 Sep 07. 2023

초이왕 (몽골 볶음 국수)

“초이왕!”,  ”호쇼르! ,” “허르헉!”

바뚜루와 처음 마주했을때. 그는 나를 울란바토르로 태워주는 것도 모자라 밥까지 사줬다.
고비사막의 어느 한 식당앞에서

몽골 여행 초기, 아는 몽골어는 없고 열정만 넘쳤던 그때. 자민우드에서 처음 만난 그에게 나는 웬 요리 이름들을 읊어댔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던 걸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와 이런저런 말을 건네던 몽골 청년 바뚜루. 원래는 기차를 타고 울란바토르 까지 가야 하는 여정이었지만 내 열정이 보였는지 그는 선뜻 목적지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바뚜루는 고모, 남동생과 같이 산다
초이왕은 소고기, 피망, 감자가 들어간다. 집마다 레시피가 다르다.


처음 본 사람을, 그것도 9시간에 걸쳐 차로 데려다주겠다니.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날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게스트하우스까지 태워다 준 것도 모자라 다음 만남에 몽골의 대표음식인 초이왕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면을 만드는 과정
몽골 전통 볶음 국수 - 초이왕

일주일 뒤, 정말로 그는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초이왕을 울란바토르의 가정집에서 실제로 볼 수나 있을까? 막연히 상상만 했던 일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그의 집으로 향했고, 벌써 이야기를 해두었는지 짧은 인사 후 고모님께서는 바로 밀가루 반죽을 시작하셨다. 직접 면을 뽑기 위해서라고 했다.  


몽골로 떠나기 전, 여행 소책자에서 초이왕을 처음 봤을 땐 그저 흔한 볶음국수라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몽골 가정에서도 거의 시판용 국수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직접 면을 뽑아 요리하는 모습을 보게 돼서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울란바토르 광장에서

두 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맛보게 된 초이왕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그저 밀가루 면에 고기와 채소를 볶은 음식일 뿐이었는데, 숱한 면 요리를 먹어봤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초이왕 특유의 그 쫀득함과 적절하게 간이 밴 고기 그리고 채소의 조합은 아, 이래서 몽골의 대표음식이구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오늘 하루,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탁 톡 토톡.. ” 창문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그날 생각이 났다. 낯선 여행자들 중 한 명일뿐이었던 내게 직접 면까지 뽑아 요리를 만들어줬던 바뚜루.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가 면을 자르던 도마 위 칼 소리처럼 들렸고 나는 불현듯 그날의 영상을 찾아보았다.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한 그날의 기억, 바뚜루가 보고 싶은 밤이다.

이전 09화 Deedes hotel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