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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꾸남 Oct 22. 2023

Deedes hotel 2

몽골 전통 만두 호쇼르

컴포트 호텔이란 곳에 몽골 명장들에게 한식을 전파했다

나는 호텔 관계자들에게 한식을 알려준다는 조건으로 Deedes 호텔의 총주방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호텔의 대표는 숙식을 제공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매니저 루시는 내게 특혜 하나를 더 주었다.

다름아닌 일주일에 한번은 몽골요리 견학을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다하지 않았다.

호쇼르 먹방

나는 학교에서 짜여진 조리 커리큘럼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경력을 쌓은 적 없는 요리사였다.

제대로 해본 실무일이라고는 닭똥집 집에서 알바, 호프집에서 서빙,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의 주방보조가 다였기 때문에


총주방장이라는 직책을 맡았을때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가 제일 걱정되었다.

비록 5성급은 아니더라도, 사람이 왕래하고 돈이 오고가는 곳에서의 총주방장이라니!감개무량하면서 두려웠다.


내 나이 스물 다섯이었다. 여행할때 돈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면야 그동안 배운 모든 것들을 퍼부을만 했다.


Deedes 주방안에는 별다른 메뉴얼이 없었다.

외국인인 내가 메뉴얼을 바꿀 순 없었고, 나는 그냥 이들 시스템에 적응하기로 한다.


교육중인 나

주문을 받으면 주방안에 표시할 수 있는 빌지(영수증 용지)가  따로 없었고,

주방은 호텔 2층에 있었는데 1층에 있는 호텔 매니저가 항상 올라와서 구두로 전했다.


주문이 어떤게 들어올지 모르는 랜덤이었고, 그렇게 반복되다보니 잘 나가는 메뉴는 몽골어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어는 항상 반복학습을 강조했나보다.

데디스 호텔 주방 직원분들

몽골에는 정규직이 없다고 한다.

호텔에 있는 직원들도 전부 알바 느낌의 사람들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가 약간 서툴기도 하다. 그럴때면 내가 나서서 알려준다. 비타민 같은 나의 성격이 한 몫하는 순간이었다.


바쁘면 춤을 추기도 하고, 직원들의 컨디션 관리나 일 할때 직원들이 재밌게 즐기길 원했나보다.

그러다보니 힘든 순간이 올법도 한데 누구하나 짜증내는 사람없이 착실하게 일을 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능률이 올라갔다.


나는 궁금하면 못참는 성격이고, 호기심이 많았던터라, Deedes 주방안에 레시피가 궁금했다.

그러던 도중 호쇼르 라는 몽골의 전통만두에 꽂히게 된다. 왕튀김만두라고 생각하면 된다.


몽골 명장의 음식을 먹고

Deedes 호텔에 처음 왔을때 먹은 건 다름아닌

호쇼르라고 하는 왕만두였는데

만두안에 고기가 짜다는 것만 빼면 바스락 깨지는 식감이나 피의 얇기가 완전 내스타일이었다.

특히 몽골은 유목민족이라 만두속은 돼지고기가 아닌 양고기, 양고기 보단 소고기, 또 말고기로 채워졌었다.

몽골 전통만두 호쇼르

돼지고기 보다 더 저렴하고, 고소하니 맛있었다. 아마 말,소,양 들이 드넓은 초원에서 뛰어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튼간에

나는 이 호쇼르 만드는 방법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드디어 내게 기회가 왔다.

다른 스타일의 만두 보쯔

호쇼르의 대량주문이 들어와 *프랩을 할 기회가 왔다.

* 요식업장에서는 '프랩'이라는 걸 한다.

프랩이 무엇이냐면 준비한다는 뜻이다.

prepation(준비)의 약자 prep 이기도 하고

"준비하다"를 뜻하는 불어 미장플라스(Mise en Place) 를 쓰던지 , 줄여서 미장이라고도 한다.


그 동안 조금이라도 업장 짬밥(?) 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 쯤이야 식은 죽 먹기로 생각 했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주방장으로 보이는 여자 2분의 손은 진짜 내가 본 사람중에 가장 빠르고 섬세하고 정확했다.

그 손으로 만두를 빚는데 어찌나 빠른지 거짓말 좀 보태 그들이 5개 만들때 나는 겨우 1개를 만들었다.

몽골 명장들 앞에서

몽골에서 호쇼르를 잘 만든다는 기준은 빠르고,

물결 표시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잘 빚는거 라는데

나는 잘 하지는 못했다. 총주방장의 첫 번째 실무 현장에서 모든 게 다 까발리는 느낌이었다.

이대론 나의 명분을 지키지 못할 거 같아,

머리를 굴렸다.


잘 빚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그 내용물에 들어가는 고기 반죽을 뭔가 바꾸고 싶었고,

우리나라 불고기의 양념을 적용했다.


거기에 있는 주방 직원들은 꽤나 한식에 대한 경계가 있었는데,

한식의 맛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K-드라마를 알았고,

드라마에 나오는 떡볶이, 불고기, 비빔밥 이런 거는 먹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막상 또 한식이라는 게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조금 높기때문에 내가 만들어 주는 것들은 먹기 전 몇번이고 망설였다.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리고 엄지 척

하지만 나는 불고기 양념을 만들어 다진 고기에 간을 하였고 만두에 넣었다.

1분 넘게 걸려 하나를 만들어 놓곤,

노릇 하게 튀기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만두는 잘라 직원들에게 먹였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이런 만두는 처음 먹는다고.


그때 이후로 Deedes 호텔의 가장 전통있는 요리인 호쇼르의 속은

내가 만든 양념으로 채워지게 되었고,

꽤 인기를 끌었었다.

불고기 양념은 정말 간단한데,

불고기는 간장과 설탕만 있으면 끝이다.


하지만 중요한게 비율이다. 간장 3: 설탕 2: 참기름 1 외국에는 참기름이 없으니 깨를 빠셔서 양념에 넣었다.

더 맛있게 만들고 싶다면 다진 마늘이나, 다진파, 후추, 미원 이런 것들을 넣으면 더 맛있다.


내 요리의 철학은 Simple 이기에

간장과 설탕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렇게 섞어 불고기가 될 만한 고기에 버무리면 끝이다. 바로 굽기 보단 양념이 숙성되기 까지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숙성하고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다.


한식을 무척 좋아하는 몽골 분들

이 일로 인해 분명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사람, 아니 내가 어렸을때는 모든 것을 다 잘 하고 싶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잘하는 건 잘하는 사람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주방안에서는 혼자 나서는 독재가 없고, 요리는 같이 해야하는 팀게임이다. 내게 주어진 역할과 내가 잘 해야 하는 것만 지켜진다면

보다 좋은 맛과, 보다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문득 내가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때면 호쇼르가 생각난다.


Deedes 호텔의 주방분들이 빠르게 만두를 잘 빚지만 안에 들어가는 소는 내가 더 잘만들 듯

내 안에 욕심이 오면 호쇼르 만들때를 떠올리자!

내가 잘하는 것에 조금 초점을 맞추며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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