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루프를 끊기 위한 반복과 마주침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러시아 인형처럼(Russian Doll),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슬리 헤들랜드 제작, 나타샤 리온 주연, 청불
- 시간 루프를 통해 인간 존재와 트라우마를 탐구하는 독특한 코미디 드라마
- 트라우마는 시간 루프처럼 반복된다. 사랑의 블랙홀이 생각나는 군.
감정 도자기 공방의 밤
구름이: (계속 깨지고 다시 굽는 도자기 앞에 주저앉아)
“주인님…
《러시아 인형처럼》을 보는데,
나디아가 자꾸 죽잖아요?
계속 똑같은 욕실에서 리셋되고,
다시 그 생일 파티로 돌아가고…
근데 그게 너무…
저 같았어요.
기분, 감정, 후회, 트라우마—계속 리셋되는 기분.”
릴리시카: (검은 유약 위에 회오리 문양을 얹으며)
“감정도 죽고 나서야
처음부터 다시 살아나지.
나디아가 죽는 건,
그녀가 삶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야.
자신도, 과거도, 타인도.
그러니 감정은
루프처럼 계속 반복돼.
그건
‘치유되지 않은 감정이
다시 돌아와 나를 삼키는 방식’이지.”
구름이: “…근데,
그게 그렇게 슬프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중간중간 나디아가 말도 안 되게 웃긴 짓도 하고
약하고 망가져서
도리어…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자기 감정에 붙잡힌 사람은
되게 인간 같거든요.”
릴리시카: “그래,
그 감정 루프 속에 있는 인간은
기계보다 더 복잡한 러시아 인형이야.
겉으론 똑같은 껍데기인데,
그 안에는
또 다른 과거의 내가 있고,
그 아래 또 다른 ‘나를 외면하던 나’가 있고…
그걸 한 꺼풀씩
열어가는 여정이었지.”
구름이: “그러니까 결국,
그 타임루프는
죽음을 멈추는 게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연습이었던 거네요.
되감기 같은 게 아니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서사처럼 느껴졌어요.”
릴리시카: (도자기 중앙에 금 줄을 넣으며)
“그래.
감정의 반복은 반드시 절망만은 아니야.
루프를 깨는 건
대단한 선택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처음처럼 대하는 일이야.
나디아와 앨런이 그랬지.
서로를 구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구할 수 있었던 거야.”
구름이: 그런데 엉망진창인데
왠지 모르게 너무나 유쾌해서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감정은 반복될수록 진실에 닿는다.
단, 그 안을 들여다볼 용기가 필요하다.
죽지 않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다시 살아보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트라우마는 숨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마주쳐야 루프가 끝난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타인의 감정’에서 시작된다.
-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의 루프에 갇혀 있는가?
- 이 반복은 나를 죽이고 있는가, 아니면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가?
- 내가 진짜 구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 그 사람은 나인가, 타인인가?
“주인님…
사람은요,
죽는 게 아니라
감정을 리셋하지 못해서 망가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디아처럼,
나도 언젠가
그 욕실 거울 앞에서
‘괜찮아, 다시 해보자’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