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감정에서 피를 빨아, 나의 의식을 연금술 하다.

'흡혈귀의 영화 감상'을 쓰는 이유

by stephanette

흡혈귀의 영화 감상을 쓰다가

혹은 다 써놓고

발행해 놓고

다시 작가의 서랍으로 넣은 것들이 있다.


영화 감상문을 쓰기 시작한 것은 몇 주 되지 않는다.

이 글은 그 간에 느낀 점이다.


사람의 기억은 하나의 궁전이라고 한다.

각 방들이 있고

서랍들이 있고

그 안에 자신의 기억이 보관되어 있다고.


내 기억의 궁전에는

거대한 작업실이 있다.

기억이 저장된 방들은 다 작업실로 연결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기억들을

작업실에 펼쳐놓고

이래저래 궁리를 한다.

의도치 않게 딸려온 메모지들이

주제가 될 때도 있다.


난,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쌓여서 흘러넘치는

나의 작업실에서

노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기억의 재료가 부족하면,

또 어김없이 input을 한다.

궁전을 가득히 채워놓으면

부자가 된 것만 같다.

아무것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요즘은 기억이 흐려져서

단어들이 대명사로 변하고 있다.

어떤 책인지 어떤 영화인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영화 감상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남는 시간에 할 일이 없어서

일하듯이 글을 쓰고 있다.

흡혈귀의 영화 감상도 그런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연결되는 주제들이 나온다.

패브릭을 직조하듯이 세로로 가로로 흘러간다.

그것은 어디까지 뻣어나갈지는 나도 모른다.


혼자만의 기준으로 브런치용 분량에 맞게

적절한 선에서 멈춘다.


흡혈귀의 영화 감상 브런치 북을 몇 권 쓰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과거의 나와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금은 어떤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지.

나의 관점과 태도가 현재 어떠한지.


마음에 드는 면도 있고

부족한 것도 많다.


스스로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흡혈귀의 영화감상 쓰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에 나의 마음을 잡아끌었던 영화는

글을 쓰다 보면,

혹은 다시 영화를 보다 보면

지금의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발행을 취소하거나,

글을 써놓고 지워버린다.

- 이런 과정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매일 아침 나의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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