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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un 27. 2020

말 그대로 편집자

여행잡지 에디터 10일 차

잡지만 만들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에디터(Editor, 편집자)다. 편집자(編輯者)신문, 잡지, 단행본 등의 인쇄매체 제작에 참여하는 직업 말한다. 사회생활을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나였기에 순진한 생각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단행본교과서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해야 한다. MD '뭐든지  한다' 줄임말인 것처럼, 에디터는 ‘출판계의 뭐든지  한다’인 것이다.


오늘 역시 7월호에 실릴 원고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롭게 일을 하는 나를 빼고 모두들 아침부터 바빠 보였다. 알고 보니 새로 제작할 교과서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사수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때만 해도, 아직 경험이 없으니 이런 일은 팀장님 몫이라고만 들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있던 나를 향해 이사님은 말했다.

“송 기자도 나중에 미팅 참여해요.”


교과서 출간은 대형 출판사 일인 줄 알았는데 이런 작은 회사도 하는구나. 새로운 업무가 부여되자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손님이 도착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회의실로 갔다.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내 존재는 미미했다. 아직 명함이 없어서 그런 걸까. 선생님 두 분 중 한 분은 명함이라도 주셨는데. 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선생님은 팀장님한테만 명함을 주고 나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팀장님이나 나나 아직 명함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는데 말이다.


회의 중에도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저 살짝 미소 띤 얼굴과 배우려는 열의 가득한 눈빛이면 충분했다. 월초 기획 회의와 달리 내가 발제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꿔다 놓은 보릿 자루 마냥 있었다. 회의 전 수첩을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여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메모를 했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펜 아니고 폰으로 메모한다고 이것도 뭐라 하겠어?’

회사 막내는 하나부터 열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


불과 일주일 뒤에 다시 미팅이 잡혔다. 다음 미팅은 교과서 표지를 선택하고 전체적인 구성을 확실하게 논하는 자리다. 그 이후부터는 이른바 편집자로서의 임무가 부여된다.


새로운 임무가 딱히 달갑지 않다.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무시를 당해서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늘도 고민한다.

나는 말 그대로 편집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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