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곡과 오페라
예술가곡
예술가곡 (Kunstlied)는 시와 음악이 결합된 장르이며 특히 독일어권 작곡가들에 의해 활발히 작곡되었다.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서정적인 낭만주의 시를 가사로 인용하였고 시에 내재된 의미들을 음악적으로 완성도있게 이끌었으며 피아노의 구조적 발전으로 인해 보다 진보적인 피아노 반주 부분을 구상할 수 있었다. 또한 예술가곡에서 피아노의 역할은 단순한 반주 역할에서 벗어나 가사의 의미와 극적인 부분을 살리는 역할을 하였으며, 피아노 선율, 리듬, 화성 자체만으로도 수준 높은 음악적 특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낭만시대 예술가곡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많은 아름다운 예술가곡을 작곡하였다. 그는 비록 31세에 안타깝게 요절했지만 생전에 600여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할 정도로 가곡 작곡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슈베르트의 예술 가곡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들장미> (Heidenröslein), <보리수> (Der Lindenbaum), <어디로> (Wohin), <송어> (Die Forelle)같은 곡들은 단순한 민요풍의 가곡이고, <그대는 나의 안식> (Du bist die Ruh)와 같은 서정적인 선율과 우수에 찬 분위기의 가곡도 있으며, 주로 괴테, 하이네, 실러, 뤼케르트의 시들을 가사로 사용하였다. 슈베르트 가곡의 유형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뉠 수 있는데 유절 가곡 (strophic form)은 모든 연에 동일한 음악이 반복되고, 변형된 유절 형식은 시의 일부분에 분위기의 변화를 주거나 특별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통절 형식은 긴 이야기체의 노래를 뜻하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괴테의 마왕 이야기를 소재로한 <마왕>이 있다. 슈베르트의 <마왕>에서는 말발굽 소리와 불길한 예감을 표현하기 위해 옥타브 및 상행하는 셋잇단음표 진행을 사용하였으며, 마지막 부분에 "품 속에서 아이는 죽었네"라는 가사를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불안정한 불협화음과 어두운 분위기의 낭송조 레치타티보를 사용함으로써 가사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살려냈다.
슈만 역시 낭만시대 예술가곡의 중요한 작곡가로 손꼽히는데 당시 클라라와의 결혼을 앞두고 가곡 창작력의 원동력을 얻었으며 재정적인 압박을 해결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돈을 벌기 쉬운 가곡 출판에 주력했던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뤼케르트, 하이네, 아이헨도르프의 시를 선호했으며, 서주, 간주, 후주를 도입함으로써 피아노의 역할을 보다 강화시켰다. 특히 피아노의 전주 부분의 곡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간주는 앞부분과 뒷부분을 연결하였고 후주는 성악 부분에서 못다한 표현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였다. 또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불협화음과 임시표는 시의 가사에서 암시하는 못다한 사랑이라든지 예기치 못한 불안함을 나타내고 있다.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은 슈만의 예술가곡중에서 가장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잦은 조바꿈과 불협화음은 사랑에 빠진 시인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고 있으며 애매한 종지부분 역시 시인의 번민과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브람스는 슈베르트와 슈만의 예술가곡의 전통을 계승하였으나 그는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보다는 민요풍의 선율과 민속시에서 차용한 가사를 선호하였다. 그는 사랑, 사연, 죽음에 대한 주제를 선호했으며 단순하고 대칭적인 선율을 선호했으며 애수에 찬 내면의 분위기를 주로 표현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w53GO2JGI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낭만시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벨칸토 오페라'인데, 벨칸토 오페라는 성악가의 극적이며 화려한 기교를 강조하였으며 사랑, 기쁨, 혼란, 분노, 슬픔등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매우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하였다. 선율은 대체적으로 경쾌하고 서정적이었으며 관현악 부분에서도 다채롭고 색채감 있는 음색을 선호하였다. 낭만시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로시니 (Gioacchino Rossini), 도니제티 (Gaetano Donizetti), 벨리니 (Vincenzo Bellini), 베르디 (Guiseppe Verdi)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인간 내면의 극적이면서도 극단적인 감정 표현, 기교적이며 화려한 독주 및 합주 악기 선율, 진보적인 화성법과 관현악법등에 주력하였으며, 이탈리아 낭만 오페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
베리스모 오페라는 문학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사조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탈리아 젊은 세대 작곡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문화적 흐름에 호응하여 자국의 베리스모 문학 작품을 오페라로 개작하거나 음악에 반영하였다. 이러한 베리스모 오페라의 유행은 당시 19세기말 이탈리아의 불안정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었으며, 화려하고 극적인 신화, 전설, 영웅이야기를 거부하고 일반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실제의 삶을 오페라에 담아내었다. 베리스모 오페라는 기존의 벨칸토 오페라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었으며, 규모도 작은 편이어서 상연하기 쉬운 편이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작품의 길이가 짧고 합창 부분의 축소가 되었고, 비극적인 죽음과 하층민들의 서러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것이 특징적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시칠리아 섬이 풍토와 지방색을 배경으로한 시골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다룬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가난한 보헤미안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푸치니의 <라 보엠> 등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iCx51hq60Y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
오페라 코미크의 기원은 19세기 초 파리의 장터 극장에서 공연되었던 보드빌 코메디 (Vaudeville comédie)로 거슬러 올라가며, 기존의 잘 알려진 선율에 저속한 유머 혹은 정치사회적인 비평과 풍자가 담긴 가사가 특징적이다. 또한 극과 극 사이에 막간극 형식으로 어릿광대와 코미디언들이 등장하여 즉흥 공연을 펼치기도 하였다. 주제 역시 일상적이면서 희극적인 주제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노래와 춤이 자유럽게 번갈아가며 등장하며 대화체의 대사가 많은 편이다.
프랑스의 그랜드 오페라
프랑스의 그랜드 오페라는 5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페라 코미크와는 달리 대사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 부분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페라 코미크가 일상적이고 희화적인 소재를 가진것에 반해 그랜드 오페라는 역사적, 영웅적 소재를 담은 장중하고 무거운 내용이 많으며 화려한 무대 장치, 발레, 대규모의 합창등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그랜드 오페라는 나폴레옹 집권 시기에 정권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애국심과 영웅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일종의 프로파간다적 성격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는데, 오페라의 규모가 더욱 확장되었으며 극적인 장면과 눈에 띄는 의상과 발레의 도입같은 무대에서의 시각적인 화려함이 더욱 강조되었다. 한편 그랜드 오페라는 왕권 권위 강화의 수단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 이후에 경제적으로 성장한 부르주아들의 취향도 반영하였는데 부르주아들의 역사 및 사회적 배경과 경험이 반영되기도 하였으며, 상업적 목적으로 상품화되기도 하였다. 대표적인작품으로는 로시니의 <빌헬름 텔>, 16세기 후반의 프랑스 종교분쟁의 상징이 '바돌로매 축일의 학살'을 다룬 마이어베어의 <위그노 교도들>등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5LVM_lIXqY
독일의 낭만 오페라
독일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와는 달리 자국의 독자적인 오페라의 발전이 다소 늦은 편이었다. 그러나 낭만주의 운동이 독일 문학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이후로 독일 오페라의 전통인 레치타티보 중심의 징슈필 (Singspiel)인데 후에 바그너의 음악극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독일 낭만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베버는 야생의 숲, 마법의 탄환, 사랑 이야기등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민속적인 선율과 단순하고 소박한 구조의 합창등을 통해 독일 낭만 오페라의 특징을 구현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