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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Jan 14. 2022

20220110

그렇다면 왜 잠일까? 잠이라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이기에 새로운 이름으로서 그 단어를 선택한 것일까? 이것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나의 잠 습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이 잠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다음 날을 위해 신체의 스위치를 꺼야만 하는 그 침대 위의 그 순간. 오히려 또렷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으로 인해 일상에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것은 잠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받는다. 어떻게? 너무 ‘쉽게' 잠이 들어서.



누군가는 복에 겨운 일이라고 혀를 끌끌 찰 수도 있다. 하지만 약간의 다툼과 화해 후 함께 침대에 누워 서운했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아내와의 중요한 시간에, 절대 졸면 안 된다며 어둠 속에서도 눈을 부릅뜨고 입술도 깨물며 저항해보지만 이내 스르륵 잠에 들어버리는 나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잠에 든 나를 확인한 아내의 이후 반응은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다음날 새벽 기상을 위해 졸리지도 않지만 억지로 잠에 청해야만 할 때, ‘잠에 들어야지'라고 생각하자마자 곧바로 수면의 바다로 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점. 어쩌면 꼿꼿이 앉아있는 그 어느 순간에라도 잠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주머니 속 ‘잠 방'을 열기 위한 열쇠를 스윽 꺼내 바로 문을 열 수 있을 정도니까. (심지어 카드키라 끼워 돌릴 필요도 없다!)



잠이라는 게 내게 이렇다. 아주 필요한 순간엔 바로 주문을 해 그 즉시 XX로켓처럼 데리고 올 수도 있지만, 제발 오지 않길, ‘지금은 절~대 안돼!’라 간곡하게 부탁할 때에 마저 슬그머니 머리를 긁적이며 ‘저 왔어요~’라며 능글맞게 쭈뼛거리는 그런 무언가. 그리고 바라본다. 재밌는, 모두가 흥미로워할 인간 본연의 즐거움인 ‘이야기'를 탐구하고 풀어낼 수 있는 내 내면의 능력 또한 그렇게 잠처럼 내게 다가와 주길. 그런 마음이기에 앞으로는 사람들이 내게 ‘잠'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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