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1] 이야기를 시작하며..
2023년은 책방을 시작한 뒤 가장 바빴던 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해마다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기도, 참여해 보기도 했지만 2023년만큼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2017년부터 시작된 저희 고스트북스의 여정은 꽤 다채로웠던 것 같습니다. 아, 여기서 ‘고스트북스’가 뭔지 모르는 분들이 분명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난 그저 요즘 북페어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알고 싶은데 고스트북스라니? 그게 뭐지?’라고 생각하며 큰 공감이 되지 않는 마음에 이내 책을 덮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그런 가능성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서점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런저런 책을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분들이 분명 많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건 분명 저희 규모가 매우 작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숫자는 이미 오천만 명이 넘어버렸다는 이유가 설명해 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국민의 수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아직 우리를 모르는 것이라고···. 여하간 저희를 모르는 분들에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제 8년 차 서점인 고스트북스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숨어있는 멋진 책들을 소개하고자 노력하는 서점입니다. 더불어 그러한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 서점이 시작되기 1년 전인 2016년부터 책을 만들어오고 있기도 하지요. 물론 이 정도 요약이 고스트북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를 통해 저희가 누구인지, 더불어 어떤 생각을 하며 책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떤 경험을, 특히나 2023년에 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아직도 많이 계실 고스트북스를 모르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으시길 바랄 뿐이죠.
그럼에도 조금 더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여섯 줄의 설명으로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이 글을 쓰는 누군가를 소개하는 것이 문득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2017년 4월, 대구 중구 동문동(‘교동'이라고 좀 더 알려진)의 모서리에 자리한 건물의,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3층이라는 위치에서 고스트북스는 서점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떼게 됩니다.
탁 트인 창이 있던 이곳은 당시 세찬 소용돌이를 일으키던 SNS의 대유행 덕분에 원활한 항해를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 트위터(현 X),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 여러 SNS 및 온라인 매체는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소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오프라인에 자리한 여러 장소를 방문한 대다수의 사람이 각자의 행적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감상 또한 즉각적으로 남겨놓아 그곳에 대한 호기심/궁금증을 충족시켜 주는 일련의 자발적인 과정들이 수많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희 또한 그 거대한 태풍 한중간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방문객들이 남긴 온라인의 흔적들은 그것들 읽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또한 저희에게도) 유용한 정보로 작용하여 1차 방문이 2차 방문으로, 3차, 4차 등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책방을 오픈하고 초기엔 저 또한 가끔(사실 자주) ‘고스트북스'라는 글자를 다양한 웹 공간에 쳐본 뒤 나온 검색 결과를 정독하기도 했습니다.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며 소개하는 책도 점점 많아지게 되었는데요. 이미 과포화 상태가 되어버린 서가는 새로운 독자를 찾고 있는 양질의 도서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 양질의 도서는 대형 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혹은 서가에 꽁꽁 숨어있는 보석 같은 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직접 글/그림 등 다양한 창작 작업물을 편집하여 오롯이 완성해 낸 자신만의 책을 일컫는 독립 출판물 또한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물론 그 외 국내에서 쉽게 찾기 힘든 해외 도서나 현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예술 도서도 있고요. 15평 남짓의 작은 서점엔 나름 선별하여 들여놓은 수많은 책으로 오늘도 공간을 가득 점유하고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접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희 같은 독립 서점들이 자체 출판 브랜드를 가지고 이를 통해 그 서점만이, 혹은 그 운영자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기도 하는 건 아마 그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도 그랬습니다. 운영자 두 명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기에 각자의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앤솔로지나 잡지, 드로잉 작품집, 에세이,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보통 저희가 직접 작업을 한 것들을 내기도 하지만, ‘미미매거진'이라는 잡지를 통해 다른 여러 작가분의 글과 그림들을 받아 출간하기도 했지요. 또한 함께 운영하고 있는 류은지 작가의 개인 드로잉 작업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굿즈를 ‘리틀룸'이라는 세컨브랜드를 통해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책과 굿즈들은 고스트북스 서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곳의 독립 서점이나 소품샵에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저희에 대한 충분한 소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직 표면적인 소개가 전부이겠지만 앞으로 써 내려가는 글을 통해 저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상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