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2] 특별했던 2023. 숨 가빴던 한해의 기록
그럼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렇다면 저희의 2023년은 왜 그렇게 바빴을까요? 1년은 365일이고, 그 365일은 각각의 24시간으로 가득 차 있어 1년 내내 바쁜 건 절대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대체 얼마나 바빴길래 2023년이 유난히 바빴다고 엄살을 부리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조금 과장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사실 어떤 사안에 대해 원래의 크기보다 무조건 크게 묘사하는 것이 저의 성향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야기의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해오던 습관 같은 것인데 또 해버리고 말았네요. 당연히 저의 과장된 묘사처럼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바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책방을 시작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까지 모두 종합해 보았을 때 그중에서 가장 바빴던 해가 2023년이었던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임에는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럼 어떤 것들이 저희를 바쁘게 했을까요?
살살 변죽을 울리는 건 그만하고 바로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외의 다양한 북페어 행사가 저희를 무척이나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책방을 운영하던 초기에는 저희가 참여하는 북페어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국내의 독립 출판물/아트북 관련 페어에만 참여했었으며, 그 수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지요.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하나에 지나지 않았으니 당시엔 책방 운영에 있어 행사 참가는 그리 큰 영향력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둘씩 늘어난 참여 행사의 수는 2023년에 이르러 10개나 되어버렸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7월의 시점에 비교해 보면, 2023년이 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어쩌면 고생했던 2023년의 기억이 참가 행사의 수를 대폭 줄이게 만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얘기하도록 하고, 참가한 10개의 행사 중 이번 글을 통해 여섯 곳의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각 행사는 지역적, 성격적 특성을 기준으로 선별해 보았습니다. 특별히 이야기할 만한 특징이 있는 선에서, 읽는 분들로 하여금 알면 좋을 것 같은, 필요한 정보들의 유무의 기준으로 행사 개최의 순서에 따라 남겨보려고 합니다.
각 여섯 곳의 특징을 우선 간략히 이야기해보자면, 먼저 첫 번째로 ‘제주북페어’가 있습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적으로 알리는 행사로, 벚꽃이 만발했던 4월의 제주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2주의 시간 뒤에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Livable Fair in Hangzhou’에 참여했습니다. 책만 소개하는 행사가 아니었던 이 행사에서는 중국의 다양한 개인 작가들의 작업물이나 패션, 라이프, 푸드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4월 행사를 마친 뒤 그다음으로는 국내의 책과 관련된 페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6월 ‘서울국제도서전'이었습니다. 코엑스에서 매년 진행되는 이 행사는 책을 좋아하면 당연히 들어봤을 만한 대형 출판사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출판사 또한 만날 수 있으며, 특히 독립 출판 작업을 하는 소규모 제작자들을 위한 ‘책마을' 섹션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고스트북스는 이 ‘책마을'을 통해 다양한 상품과 책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가을이 완연한 9월, 처음으로 유럽 행사에 참여하게 됩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베를린 아트북페어 MISS READ’는 전 세계의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자신의 작업물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수많은,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 속에서 저희가 애쓰고 신경 써서 만든 결과물을 짠! 하고 자랑스럽게 선보였으면 좋았겠지만.. 국제 배송 문제로 저희는 한국에서 미리 보내놓은 택배를 받지 못해 극소량의, 개인 짐과 함께 챙겨간 적은 수의 책과 굿즈들만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슬픈 이야기에 대해서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슬픈 마음을 천천히 정리하다 보니 이내 11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1월에는 두 곳의 행사에 참여하였는데요. 첫 번째는 ‘언리미티드에디션 15’로, 아트북페어 행사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행사입니다. 벌써 15번째 행사를 치르고 있는 이 행사는, 고스트북스가 서점을 오픈하기 전부터 참여하고 있던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서울의 ‘유어마인드'가 진두지휘하는 ‘언리미티드에디션'은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창작자들의 멋진 작업물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가한 행사는 ‘도쿄 아트북페어'입니다. 처음 참가했던 ‘도쿄 아트북페어’는 많은 부분에서 배울 점, 감탄한 점이 많았던 행사였습니다. 한국과 가까운 곳이었기에 행사에 참가한 국내 작가분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관람객으로 방문한 한국분들도 특히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총 여섯 곳에서 진행된 행사에 참여하며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앞으로의 글에 천천히 녹여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속에는 뭉클하게 감동했던 이야기도, 처음 겪는 감정에 무척 설레기도 한 긍정의 이야기도 있겠지만 큰 실망과 더불어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함에 크게 낙담한 부정의 이야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이야기를 저의 진심을 담아, 그리고 지난 8여 년의 경험으로 비롯된 저의 인식과 개념을 담아 꾹꾹 눌러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