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북스 - 1] 고스트북스의 시작과 마음
우선 이 글을 쓰는 제가 누구인지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하는 게 순서겠지요. 저는 현재 대구에서 그림을 그리는 류은지 작가와 함께 고스트북스라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스트북스는 주로 독립출판물과 다양한 단행본을 운영자들의 취향에 따라 선별하여 입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해외 아티스트북과 더불어 여러 예술 도서 또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점을 시작한 2017년부터 꾸준히, 절대 잃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는 초심은 바로 ‘영감을 줄 수 있는 도서를 소개하자'입니다. 이 초심을 토대로 해가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많은 멋진 책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공간이 모자랄 경우 새로운 서가를 추가하며 방문객분들의 선택권을 넓혀주고자 했습니다.
물론 ‘더 이상 책 놓을 곳이 없다!’라는 포기의 마음이 드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있는지도 몰랐던 창의력을 끄집어내, 공간을 쥐어짜고 쥐어짜 장서량을 늘릴 수 있었기도 하지요(이것은 녹색 검색창에 고스트북스를 쳐보시고 나오는 과거 내부 이미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점점 더 많은 방문객분들이 현재까지도 찾아주고 계시고,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좋은 피드백을 보내주고 계시기도 합니다.
책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스트북스는 서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8여 년의 시간 동안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중에는 1회성으로 반짝 진행했던 프로그램도,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이 지면을 통해서는 고스트북스의 활동 중 가장 대표할 수 있는 세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가장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워크숍인 ‘진메이킹 클래스'가 있습니다. 수강생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콘텐츠를 토대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인 이 워크숍은, 서점이 시작된 2017년보다 3년 이른 2014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공동 운영자 류은지 작가가 정기적인 형태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서점을 시작한 뒤로는 비정기적으로 진행되어 현재는 40기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워크숍을 통해 고스트북스를 알게 된 분들도 계셨을 만큼 많은 수강생과 작업물들이 탄생한 활동이며, 고스트북스가 있는 한 끝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또한 고스트북스는 저의 개인 취향에서 비롯된 과학책 함께 읽기 모임인 ‘고스트유니버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교양 과학 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관련 도서를 함께 읽으며 혼자서는 완독 하기 힘들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자는 취지로 시작하였습니다. 더불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는 경우 함께 서점에서 혹은 극장에서 관람하기도 하지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3기까지 진행된 이 독서 모임은 현재 잠시 소강상태로 쉬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진행하고자 굳은 마음을 (해마다) 먹고 있습니다.
더불어 서점 입구 한편에 자리한 벽면을 이용하여 ‘한 칸 전시'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시각예술 작업을 기반으로 한 도서를 소개하는 목적으로 기획한 이 전시는 주로 그림책 원화 작업이나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 일부를 그 책의 성격에 맞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시 요소를 보여주는 공간이 협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집중도와 몰입도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책을 좀 더 자세히, 그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진책에도 똑같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의 손길이 직접 닿은 한 획 한 획을 보며, 어떤 의도와 생각을 담아 이 그림을 그렸는지 방문객분들의 상상의 나래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 외에 앞서 말씀드렸듯, 짧은 회차로, 혹은 단발성으로 진행된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여러 아쉬운 이유들이 해당 프로그램들을 지속하지 못하게 만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참여자분들과 이런 성격의, 혹은 저런 성격의 행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소통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물론 그 모든 활동들의 가장 중심에는 책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