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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Oct 22. 2024

서점 최대 고비와 그것을 극복하는 법

[고스트북스 - 2] 유령이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법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게 됩니다.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지요. 게다가 운영자들이 창작을 하는 경우라면 분명 이 단계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가 그랬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이 모였기 때문에, 심지어 2016년 함께 독립출판 작업으로 한 권의 공저 도서를 발간했기에 서점을 운영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권의 독립출판물과 잡지 작업 등 여러 출간 작업을 함께 했는데요,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았던 서점 운영에 예상치 못한 난관이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괄호와 같은 순간이, 쉼표가 아닌 마침표가 되어버리기도 했던 ‘코로나-19’가 바로 그것인데요. 고스트북스 또한 정통으로 시련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시작된 지점이기도 했던 도시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그 여파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도시의 중심부인 동성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이제 막 몰리는 시기였던 교동 지역은 한낮, 한밤 오가는 사람이 현저히 적은, 아니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의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해당 지역에 자리한 고스트북스 또한 평소의 방문객 반의 반의 반의 반.. 도 되지 않게 되었을뿐더러, 서점을 오픈해도 단 한 명의 손님이 없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큰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기보단 내적으로 해답을 찾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서점 운영 시간을 기존 오후 8시까지에서 5시까지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긍정적이라고 하면 좋은 표현이겠지만, 솔직한 표현으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저는 일찍 퇴근을 해서 좋은 마음도 없진 않았습니다. 대구 외곽의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어 8시가 지나 퇴근을 하면 항상 어두운 밤이었지만 이 사태 덕분에(?) 넓고 푸른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철없는 마음은 알 수 없는 긍정의 힘을 불러들였고, 이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새롭게 생각해 보자는 굳은 마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지점이었습니다. 자연에 둘러싸인 집에서, 그리고 방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생각을 가장 처음 했던 시기가 말이죠. 우리가 터를 잡은 이곳의 작은 방에서 바라본 바깥의 세상을 우리만의 시각과 생각으로 표현해 보자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고스트북스의 세컨 브랜드 ‘리틀룸 little room’의 시작이었습니다. 리틀룸은 류은지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작은 방에서 바라본 풍경을 다양한 형태의 상품으로 담아내어 다른 이의 작은 방에 가닿아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를 연결해 보자는 시도로 만들게 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우리 주변 풍경, 사물, 함께 사는 반려동물 등이 상품의 오브제로 등장하고, 류은지 작가만의 유니크한 화풍으로 그것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브랜드는 역설적이게도 고스트북스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책에 국한된 작업만, 도서를 큐레이션 하는 작업만 해왔던 우리가 상품 제작을 통해 또 다른 다양한 공간을 통해 소개가 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마 이것은 고스트북스가 국내의 여러 공간, 행사를 넘어 해외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여러 매력적인 발간 도서들도 있겠지만, 구성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이 리틀룸 상품들은 해외의 더욱 많은 공간 운영자, 행사 기획자 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덕분에 2020년에 시작된 리틀룸은 지금까지도 고스트북스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으며,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며 저희 또한 내부적인 다양성을 더해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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