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북스 - 3] 서점 운영자로서 시도하는 다양한 무언가들
그렇다면 고스트북스는 어떻게 북페어와 친해지게 된 것일까요? 서점을 운영하는 분들 대부분이 공감하실 테지만 공간 운영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어떤 책들을 큐레이션해야 손님분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을지, 좀 더 효과적으로 책을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공간을 꾸며야 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손님이 뜸할 경우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지… 등 다양한 형태의 고민과 걱정 그리고 계획과 실행이 가득 담겨있는 서점 운영만으로도 하루 일과 시간을 꽉꽉 채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업무 외적인 시간엔 일과는 상관이 없는 개인적인 흥미와 관심 분야에 시간을 할애하곤 하는데요. 그런 재충전의 시간이 없다면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데에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휴식 및 재충전에 여유 시간을 할애해도 모자랄 판에 고스트북스는 왜 자꾸 서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또 책과 상품들을 소개하려고 하는 걸까요?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서점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그 휴식의 시간에 우리가 하는 것들과 이 서점 자체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느냐를 생각해 본다면 그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와 류은지 작가는 서점 운영자이기도 하지만 이전에 한 명의 창작자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로서 각자의 방식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분명 존재하지요. 그리고 그것들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사물과 사건들이 우리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고 그것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누며 ‘나는 이것을 이렇게 느꼈는데 당신은 같은 것을 어떻게 느꼈습니까?’하고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죠.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많이 에둘러서 표현하는 듯해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핵심 질문. 그것을 함께 나누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각자의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점을 통해 손님들과 소통하는 것 외에 각자의 결과물로도 교류를 하고자 하지요. 여기서 더욱 다행인 지점이 바로 우리의 개인 흥미가 딱 이 서점과, 창작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지점과 맞닿아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책이라는 것은 휴식이자 소통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이 없으면 일도 없고 개인도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한 순간에도 책과 관련한 다양한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생산하려고 하지요. 설령 작업을 하는 와중에 이것을 책으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 없이, 아무런 계획 없이 몰두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책이라는 종착지로 결국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물로 나온 한 권의 책과 또 다른 하나의 상품, 그렇게 모인 여러 가지의 책과 상품들을 서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소비자분들과 만나 소개하고자 하지요.
그게 저희가 북페어에 참여하게 된 가장 뿌리가 되는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서점이 시작되기 훨씬 전, 류은지 작가가 개인 작업을 하며 이런저런 북페어에 참여한 2010년도 초반부터 이미 시작되었고, 해외 북페어는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Art Book in China>와 오사카에서 열린 <KITAKAGAYA FLEA & Asia Book Market 2018> 두 행사로 참가를 시작하였습니다. 다행히 국내 및 해외 북페어 모두 현재(2024년 10월)까지 무사히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서점이, 창작자로서의 우리가 계속해서 존재하는 한 절대 변하지 않을 견고한 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