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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Oct 22. 2024

제주의 봄날처럼 따스한.

[제주북페어 - 마지막] 제주에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행운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2023 제주북페어는 독립출판 제작자와 소규모 출판사, 서점 총 204개 팀이 참여했습니다. 장소는 제주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라체육관. 주변은 온통 분홍빛의 벚꽃들이 바람의 방향에 맞춰 휘날리고 있습니다. 조금 이른 2023년의 개화로 안타깝게 만개한 꽃잎을 보지는 못했지만 괜찮습니다. 색감 하나로도 충분한 꽃잎들이 여전히 거리를 휘날리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며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었다는 호기심에 들뜬 관람객들을 보면 저 또한 괜스레 고양되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결국 일을 하러 온 것이니 판매자로서, 창작자로서의 마음을 놓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합니다.


제주북페어는 창작자들의 판매 부스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분들이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을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나 제주 4.3 관련 자료들을 큐레이션 한 프로그램, 또한 베리어프리 작품 전시가 있었습니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체험 코너 및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코너가 가득하지요. 또한 8개의 주제로 진행된 강연/세미나도 열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들을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주제는 독립출판의 전반적인 과정을 알려주는 <나만의 책 만들기>와 베이러프리 작품 전시의 연장으로 <차별 없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폐박스로 책을 만드는 <아 아쉬워 못 주웠다 저 박스!>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강연과 세미나가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찾아온 창작자들과 관람객들이 제주라는 특별한 도시에 모여 책을 통해 소통하는 일. 개인적으로도 매우 애정하는 제주라는 도시에도 이런 소중한 행사가 있음에 매우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200팀에 가까운 창작자들이 한 곳에 모이기란 쉬운 일도 아닐 텐데 그 모든 일들을 주관하고, 원활히 진행하는 제주시 운영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매년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듯 하지만 그 세세한 차이는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미묘한 조율과 진행을 문제없이 잘해나가는 운영진의 섬세한 배려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처럼 행사는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제주에서 행사가 진행되면 가장 좋은 것은 내륙에서의 행사보다 좀 더 ‘여행'의 느낌이 난다는 것입니다. 저문 지난해를 지나 새로운 해에 새롭게 다시 만나는 다른 제작자분들과 조금은 더 들뜬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으며, 무엇보다 행사가 끝난 후 하루 이틀 정도는 자유롭게 제주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천천히 계획하며, 다시 잘해보자는 굳은 결의를 서로 나누며 우리는 3일간의 행사와 이틀간의 여행을 잘 마무리합니다. 그러면 대구로 다시 돌아왔을 때 충분히 의욕적인 마음이 뿜뿜 생기는 걸 보면 4월의 제주북페어는 한 해를 시작하는 충전 역할로 아주 제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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