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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Oct 22. 2024

혼자 하면 힘들지 않겠어? 그래서 함께하기로 했어!

[제주북페어 - 2] 따로 또 같이. 대구에서 시작된 끈질긴 인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구라는 지역에서 오랜 시간 자신만의 세계를 꾸려가고 있지요. 예술이라는 큰 바운더리 안에서 각자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오고 있는 이들과는 고스트북스 초기부터 쭉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서점을 운영하기도, 확고한 색깔을 가진 자신만의 글이나 그림, 그리고 사진, 도예 작업을 해나가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방'이라는 단어가, 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엔 아주 다양한 범주의 해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방'의 대표적 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라는 도시에서 약 10여 년을 책방 운영, 그리고 창작 작업을 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수도권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의 뒷모습만을 봐야 한다는 점이나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부족해 튼튼한 경제 구조가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2017년과 2018년 즈음, 서점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위의 언급한 이들 외에 더욱 많은 대구의 창작자/공간 운영자들이 함께 모여 ‘대책마련’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지역의 출판 혹은 예술 문화와 관련한 사안들에 관해 함께 이야기 나누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내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취해야 할지, 그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줄지 여러 차례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조금씩 시간이 흐르며 각자의 색깔을 더욱 확고히 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게 되었고 결국 ‘대책마련'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여러 사람들이 천천히 각자의 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남은 이들은 더욱 똘똘 뭉치기로 했습니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함께할 일이 있으면 함께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다양한 것들을 함께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함께 북페어 참가하기' 입니다. 형태나 모습은 다르지만, ‘창작'이라는 공통된 방식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창작은 ‘책’이라는 형태를 통해 구현되고 있지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제주북페어뿐만 아니라 그 외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북페어를 우리는 함께 참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의 팀으로서 참가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창작물을 통해서 말이죠. 새롭게 신청 공고가 뜬 행사가 있다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식을 서로에게 전달합니다. 이후 시간이나 준비가 충분히 가능해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해지면 일정을 공유해 함께 숙소를 예약합니다. 행사마다 이렇게 모이기도 저렇게 모이기도 하며 ‘각개전투’로 헤쳐 모이는 것이죠. 놓치고 있는 행사 정보에 대한 것도 공유를 하고, 단체 메신저를 통해 숙소 선정에도 신중을 기합니다. 물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저녁 식사를 할지 또한 심사숙고하여(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우리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함께 참가하고 있습니다. 같은 숙소를 정해 북페어 행사 외의 시간을 모두 함께 합니다. 마치 북페어 ‘캠프’에 참여한 것과 같이 행사를 치러내고, 그 외 일상을 공유합니다. 자리를 비워야 하는 순간엔 동료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필요한 비품이 있다면 흔쾌히 나눠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행사 방문객으로서 산 책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행사 마지막날, 며칠 동안의 노고와 함께 나눌 소소한 에피소드를 간단한 음주를 곁들이며 나눕니다. 그리고 행사 기간 동안 한 명의 책 소비자로서 구매한 책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것은 비단 제주북페어 하나의 행사에서만이 아닌, 함께 참여하는 모든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가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서로 다른 관심분야나 흥미, 그리고 취향은 평소 인식하지 못한 새로운 환기를 가져다줍니다. 가령 저 같은 경우 텍스트 관련 도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과학과 관련된 주제의 책들은 일단 제 모든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또한 짧은 소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쓴 앤솔러지 등등 텍스트 작업물에 주로 소비를 하는 편이지요. 그래서 함께 소개하는 시간에는 주로 그러한 책들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는 드로잉 작업을, 혹은 그래픽 노블, 사진집 등 시각예술 작업물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예술적 관점이 좀 더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속칭 ‘책 자랑 시간'이라고 일컫는 이 시간은 마냥 일방적인 자랑의 시간만은 아닐 것입니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고 서로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듣기에, 웃고 떠드는 그 시간 속에서 조금은 생산적인 무언가를 얻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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