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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Sep 07. 2024

제주에도 북페어가 있다고?

[제주북페어 - 1]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따뜻한 봄날의 제주 그리고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찾아온 새로운 1년에 대한 준비를 합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바쁘게 보내고 난 새해의 아침. 정신없던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1월과 2월엔 책방에도 소강기가 찾아오는데요. 이때를 기해 개인적인 겨울 여행을 가기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휴식의 시간을 보내며 흩어진 마음을 다시 가지런히 놓기 위해 신경을 씁니다.


큰 에너지를 요하는 업무가 있지 않은 기간이라 일과는 상관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항상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올해도 무사히 잘 치러낼 수 있겠지?’입니다. 두 달가량 쉬면서 지난 행사들을 되돌아보기도 하지만 다가올 열두 달 또한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새로 찾아온 한 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지요.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에서 행사들이 진행되기에 다행히 일 년을 예상하는 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휴식의 시간을 가진 뒤 이런저런 행사의 시기를 가늠해 보고 어떤 행사에 참가를 해볼지를 고민하는 그 무렵, 조금씩 풀려가는 날씨와 함께 이 행사의 참가 모집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바로 ‘제주북페어’ 말이죠.


2월 말쯤이 되면 모집을 시작하는 제주북페어는 매년 4월 개최되는 국내 첫 북페어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국내 첫 ‘저희가 참가하는' 북페어입니다(국내엔 작은 규모로 진행되는 북페어도 있을 테니까요!). 뭔가 몽글몽글해지기도 합니다. 한 해의 첫 행사를 제주에서라니요! 벚꽃과 함께 봄이 완연할 4월의 제주를 출장 삼아, 여행 삼아 가는 설렘으로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지난해 동안 신경 써서 만든 책이나 굿즈 상품들에 대한 소개를 세심하게 작성하며, 이 따뜻한 행사에 참가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신청에 대한 답변은 보통 늦어도 3월 초면 들을 수 있습니다. 이후 감사한 참가 확정 메일을 받게 되면 그때부턴 어떻게 행사를 보낼지, 더불어 앞뒤로 모자란 듯 넉넉하게 채워놓은 여행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다른 여느 행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뭇 다른 감정이라고 할까요? 제주북페어는 이곳만의 특별한 설렘을 가져다줍니다. 물론 다른 행사들도 또 다른 독자분들을 뵐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밀도 있는 ‘부담'이 존재한다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잘 소개를 하고, 지난 행사보다 더 많이 판매해야만 한다는 내면의 족쇄가 스스로를 슬며시 조이는 것이죠. 그 누구도 주지 않지만 홀로 가지는 부담. 하지만 제주북페어는 그런 부담과는 한껏 멀어져 있습니다. 한 해의 첫 행사라 그런지, 제주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진행되어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난히 심리적 압박과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여 행사뿐만 아니라 그 앞뒤의 모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그것이 행사가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제 마음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 것이죠.



물론 그렇다고 정작 신경 써야 할 행사 자체의 준비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에 거주하시는 분들과 제주를 방문하게 될 분들을 위해 소개할 다양한 상품과 책들을 추려가며 한 아름 목록을 구성하다 보면, 여유로운 마음속에서도 다시금 숨어있던 ‘일 모드'로 마음의 상태가 변하게 됨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번 행사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들과 새롭게 만들어진 것들 중 이곳에서 소개하고 싶은 것들을 고심 끝에 고르는 일들과 좀 더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매대 진열 방식을 깊이 고민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제주에 계신 분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날려버리고 싶진 않기 때문이죠. 더불어 바다 건너 미리 판매 상품들을 배송해야 하기에, 또한 판매 상품 수령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 맞춰 신중하게 선정하고 포장한 뒤 배송해야 합니다.


그렇게 제주에서 판매할 우체국 택배 5호 박스 2개 정도의 양을 보내고 나면 한결 후련해집니다. 이제 겨우 택배를 보낸 게 다지만 마치 행사가 이미 시작한 듯합니다. 어쩌면 정말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주북페어라는 행사가. 한 해를 시작하는 공식적인 행사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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