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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Oct 06. 2018

여행 후 첫 이직 회고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긴 여행 끝에 한국으로 잠깐 돌아왔다.

강남 어느 빌딩의 자제분이 아닌 이상은, 생계를 위해서 취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만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이란 나의 자아를 이뤄내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고, 예전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살았던 나에게 직장을 선택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전 직장을 선택한 이유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기에 선택했고, 다행히도 3년간 괜찮은 회사생활을 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 많은 생각을 했지만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복직을 할까, 혹은 이직을 할까"라는 생각이었고, 많은 생각 끝에 이직을 하기로 결정하고 퇴사를 했다. 퇴사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대기업이라는 울타리에 있으면 나 스스로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생각" 때문에 퇴사를 결정했다. 경력이 숫자로만 쌓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한 가지의 일만 집중하는 큰 회사의 특성상,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에게는 더 맞지 않았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대기업 체질이 아니다고 느낄 수밖에.

휴직기간을 합쳐 3월 14일 까지가 공식적인 근무기록

그리고 공식적인 퇴사일 이전부터 이직을 준비했다.


이직을 준비하는 건 상당히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우선 이직 경험이 없다 보니 이력서를 작성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신입과 경력의 이력서를 준비하는 방법은 완전히 달랐고, 스타트업 업계에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보니 업계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나마 태용 님의 유튜브를 통해서 간간히 스타트업 업계의 이야기들을 듣는 정도였기 때문에, 사실상 허허벌판에 나앉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당장은 이력서를 넣어서 바로 취업을 하는 게 아니라, 4~6월 사이에 여행을 포함해 몇 가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려 했기 때문에, 각종 취업사이트나 스타트업 구직사이트에서 함부로 이력서를 넣기가 애매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거의 근 시일 내에, 빠른 업무 시작을 요구했고 나는 그 요구사항에 만족을 시켜줄 수 없는 지원자일 뿐이었다.


기존 경력자들이 이직하는 방식에서는 내가 불리할 거라는 결론이 들었고, 기존 이직 방식보다는 조금 더 나의 상황에 맞춰서 이직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간단한 베이스가 될 이력서를 준비하여 내가 바라는 회사의 이상향을 포함해 자기소개와 함께 페이스북 그룹에 글을 작성했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이 글을 작성하고 몇 주간 꽤 많은 연락이 왔고, 덕분에 각종 티타임과, 회사의 지원 기회들이 생겨났다. 브런치에서도 구직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썼고, 덕분에 브런치에서 이종인 작가님의 디지털 노매드 가이드북에 들어갈 인터뷰도 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를 떠나며 결심한 것들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서 총 네 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한 결과였다.

(아래는 지원 순서)


회사 A

금융 핀테크 스타트업

힘들다고(?) 유명한 스타트업이지만, 내 커리어에 도움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결과 : 서류 탈락


회사 B

금융 핀테크 스타트업

데이터의 기반한 회사였고, 예전부터 즐겨 사용했던 앱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보았는데 진짜 지원할 기회가 생겼다.

결과 : 티타임 후 서류 탈락


회사 C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

마케팅에 도움되는 데이터와, 고객상담을 지원하는 마케팅 설루션 회사였고, 인사담당 직원분 께서 직접 연락이 와서 지원하게 되었다.

결과 : 서류 탈락


회사 D

AI 기반의 에듀-테크 스타트업

결과 : 서류 탈락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가 자꾸 6~7월에 일하려고 해서 그런지 더 선호를 하지는 않으셨고,(사실 내가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생각되면 늦게 입사해도 기다려주셨을테지만 난 그정도의 사람이 아니다.) 거기다 이력서가 너무도 빈약했기 때문에 좋은 인연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정확하게 어떻게 타게팅을 할지 몰라 고민했었던 이력서가 정말 어중이떠중이가 된 상태 그대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딱히 변명의 여지는 없다. 회사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야!라는 말을 하기에는 전부 서류 탈락을 했다... 전적으로 내 이력서나 포트폴리오가 좋지 않았기에.


많이 지원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인 결과를 보고 어벙벙했다. 취업하지 말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짧은 프리랜서(*노마드)기간을 살짝 거치며 월급이 또박또박 나오는 직장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느꼈기에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 그러던 와중에 이원섭 님이 나의 이력서를 보고 아래와 같이 상세히 피드백을 해주셨다.

아주 상세히 피드백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피드백을 받아 이력서를 조금 더 보강을 하다 보니 인도로 가는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고, 하고 싶었던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다시 출국했다.


출국하기 전에 느꼈던 감정들과 충격적인 결과, 그리고 나의 형편없는 이력서를 보며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진짜 4년 차 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여행을 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불편했고, 여행 중에 노트북을 들고 다녔었기에 짬이 나면 틈틈이 이력서를 수정했다. 이직 초보 어느 개발자의 이력서 만들기라는 글을 발견하고 꽤나 많은 도움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도 이름을 거론할 수 없는 많은 분들이 나를 도와주셨고 꽤 많은 시간을 거쳐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다.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 나의 이력서에는 이런 것을 담았다.

1. 보유한 기술 키워드, 관심 있는 기술

2.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

3. 경력

4. 프로젝트 및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 수행 내역

    - 프로젝트 소개 및 어떤 기술을 사용하여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

    -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포트폴리오로 따로 담았다.

5. 수상내역

6. 마지막으로 학력 (제일 덜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담았다.

1. 프로젝트 소개

2. 프로젝트 개발 내역, 사용한 기술 및 특징,

3. 배운 점과 아쉬운 점, 후기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나 개발 내역 등을 너무 디테일하게 소개하기는 힘들었다. 전 회사에서  NDA를 쓴 상황에서 계약 위반에 처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함부로 디테일한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고, 대략적인 스크린샷과 함께 어떠한 프로젝트를 했고, 발전하고자 하는 개발자임을 조금 더 강조하기 위해서 배웠던 점과,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 적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비록 못한 것일지라도, 아쉬웠던 점으로서 알고 있으면 다음 프로젝트 때에 적용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나의 이런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는지 이런 식으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여기저기 지원을 하다 보니 서류 합격한 회사들이 몇 개씩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엔 합격을 했다. 기억나는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회사 D

기술 기반 영상 커뮤니티 스타트업

결과 : 서류합격 후 화상 면접 탈락


회사 E

쇼핑 커머스 관련 스타트업

결과 : 서류 합격되었다고 연락 왔으나 이미 다른 회사에 합격되어 면접 진행하지 않음


회사 F

크라우드 펀딩 관련 스타트업

결과 : 서류 탈락


회사 Foresting

블록체인 관련 콘텐츠 스타트업

결과 : 면접까지 합격 후 지금 다니고 있다.


이직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이직 준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게 실패를 경험할 줄은 몰랐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대기업 출신 개발자라서 무조건 나의 이력서만 보면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으며, 냉정한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경력은 내가 실력과 각종 다른 방법으로 증명을 해내야 경력이지 연차가 쌓인다고 경력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에서 말했던 "대기업이라는 울타리에 있으면 나 스스로의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생각"이 들어맞았다는 것, 그리고 나는 스스로 더 노력해야 될 사람이라는 것까지.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직이라는 행위로 참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도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틈틈이 수정하고 추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써야 할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웹 이력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웹 이력서는 여기에 있다.


긴 여행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말로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행과 개발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고,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자아의 발견인 셈이다. 이 발견은 향후 삶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직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해보려고 결심한 만큼 스스로의 경쟁력과 커리어를 키워 더 나은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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