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리 Nov 24. 2018

영화와 여행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것

문득 뒤를 돌아보면, 영화를 보고 떠난 여행들이 많은 편이다. 대체로 영화에 꽂혀서 시작하는 여행의 만족도는 꽤 크다. 세얼간이, 김종욱찾기를 보고 방문한 인도, 뷰티인사이드의 체코, 그리고 라푼젤을 보고 방문한 태국, 그 외 많은 영화들이 나를 여행으로 이끈다.

인도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아이들

혹자는 말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영화에서 본 장면은 환상일 뿐이라고. 영화와 현실은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왜 그렇게들 생각할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판공초에 처음 갔을 때였다. 영화 세 얼간이를 보고 방문한 판공초는 영화 속과는 많이 달랐다. 영화에서 나오는 에메랄드 빛 물은 그곳에 없었다. 흐린 날씨만이 나를 대변해 주었다.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 나올 때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떴다. 햇빛을 품은 판공초는 영화보다 더 반짝거리며 에메랄드 빛을 뽐내고 있었다. 판공초의 물을 손가락에 찍어 맛보았다. 짭조름한 맛이 맴돌았다. 손으로 물을 뜨면 자그마한 새우가 같이 잡혔다. 5천 미터 고산에 펼쳐진 호수에는 파도가 일고 있었다. 얼음장보다 차가웠지만 발을 담근 우리의 얼굴엔 미소가 짙게 깔렸다.

판공초의 달

달이 떴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자 판공초의 색이 변했다. 어둠을 몰고 온 달은 공연장의 조명처럼 호수를 비췄다. 공기는 매우 차가웠지만 마음 한편이 따뜻했다. 영화 그 이상이었다.

치앙마이

치앙마이에서 본 러이 끄라통 축제도 마찬가지였다.

밤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핀 강으로 모였다.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이 분주하다. 라푼젤의 풍등축제를 생각하며 왔는데 영화 속 모습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처럼 배 위에서 풍등을 띄울 수는 없었다. 한 거리에 모여 다 같은 마음으로 소원을 빌며 풍등을 띄워 보내야 했다.

풍등을 감상하며 걷고 있는데 한 아이가 나의 손을 붙잡았다. 어머니는 그 아이를 업고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빌고 있었다. 아마도 이 아이의 평안을 기원하는 소원이겠지. 나도 지긋이 손을 붙잡고 한동안 서 있었다. 풍등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의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지긋이 웃었다. “싸와디 카- “


나는 실제 여행지에 가면 영화 속 장면 대비 200% 혹은 그 이상을 느끼고 온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서 그곳의 공기와 그곳의 냄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느낌은 느낄 수 없으니까.

그 날의 공기... 거리의 냄새나 사람 사이의 느낌... 뭐, 그런 건 모르잖아요?
- 영화 김종욱 찾기 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