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2』를 끝내고 나니 몸과 머리와 마음이 텅 비었다. 집필과 방송하는 기간동안 긴 투병을 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서 용인 서울대 병원 복도에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거기서 극본을 썼다.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 의식이 흐려지시는 아버지. 극본이 제대로 써질리가 없었다. 그렇게 방송 기간동안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고, 정신없이 방송이 지나갔다. 애초에 계획했던 것은 절반도 지켜내지 못했다.
이후에 계약 돼 있던 제작사는 함께 기획하던 대표이사가 그만두고 나가면서 기획도 표류했다. 이쪽 일은 해본적도 없는 회장 이라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이 전 대표이사와 함께 기획하고 있던 작가들에게 계약 해지를 요청했는데, 거의 2년 넘게 기획하고 시놉과 초고들을 썼던 작품들을 단 한개도 인정해 주지 않겠다고 선언, 아니 윽박질렀다. 소송을 갈거면 가라며 이전 대표이사와 함께 기획했던 것을 전면 부인하는 태도.
나는 질려 버렸다. 그리고 그 회사의 계약금을 갚아주기 위해서 다른 제작사와 계약을 했다.
몇년간의 작업이 무용지물 돼 버렸으니, 다시 서둘러서 작품을 해야 했다. 전업 작가의 휴식은 큰 비용이 들어간다. 스토리 를 쓰는 거 말고 해본 일이 아무것도 없던 나는 더 그랬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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