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반드시 행복해 지세요.
오늘의 작사맛집, "정승환-눈사람"을 가지고 왔다.
이 노래를 선정한 이유는 요새 작사를 공부하면서,
일상적인 단어로 울림을 준다거나 생소한 단어들에서 영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한 아이유 가사의 특징 중 하나는, 많이 보았지만 자주 쓰이지는 않는 단어들을
멜로디와 감성에 맞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가령, 아이유가 작사한 무릎이란 가사를 보면
'조용하던 두 눈을 다시 나에게 내리면 나 그때처럼 말갛게 웃어 보일 수 있을까' 란 가사가 나온다.
말갛게.. 우리가 아는 단어지만 자주 쓰이진 않은 이 '깨끗하고 순수한' 의미의 단어가
아이유의 무릎이라는 노래의 멜로디를 만나니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이번 가사도 화자의 어투와 사용하는 단어에서
아이유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참 맘 한켠이 따스해지는 노래였다.
또한, 이 전지적 눈사람 시점에서 작성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맘을 표현한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은 표현에 초록색 표시를 해두었다. 여러분의 영감포인트는 어디일까 궁금하다.
가사에 대한 해석은 자유이며 각자 마음에 맞는 해석으로 가사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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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배웅하던 길
여전히 나는 그곳에 서서
그대가 사랑한
이 계절의 오고 감을 봅니다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지난 시간의 흐름을
'계절의 오고감' 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 아름답다.
아무 노력 말아요
버거울 때면 언제든
나의 이름을 잊어요
보통의 사랑노래에서는 '나를 잊지말아요' 란 부탁을 했지만,
정말 사랑해서 상대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날 잊어요'란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꽃잎이 번지면
당신께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
시간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참신한 어투에 충격을 받았던 대목이다.
"행복하세요, 행복하길 바라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해라" 가 아닌 "행복해지세요".
이 생소한 어투가 아련한 곡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다.
그 다음 말은 이젠
내가 해줄 수 없어서
마음속에만 둘게요
꽃잎이 번지면
그럼에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
한참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끝 눈이 와요
혹시 그대 보고 있나요
슬퍼지도록 시리던
우리의 그 계절이 가요
마지막으로 날
떠올려 준다면 안 되나요
다시 한 번 더 같은 마음이고 싶어
우릴 보내기 전에
몹시 사랑한 날들
영원히 나는 이 자리에서
들어본 적 있는가, "몹시" 사랑한 날들.
'몹시란 말은 주로 몹시 춥다, 몹시 안 좋다. 등 부정적인 어구에 많이 쓰이는 부사여서
몹시 사랑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이 없다.
"너무, 많이, 정말, 진짜" 를 두고 사용한 "몹시"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
물론 국립국어원에선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만 뭐 어떤가. 몹시 좋은 것을.
익숙한 단어의 조합으로 새로운 느낌을 찾는 지금, 몹시 사랑한다는 단어는 필자에게 와닿은 구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