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극장이 있다.
그곳에선 매일 비슷한 공연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두 아이와 한 여자.
"언니가 먼저 엄마 위에 올라가!"
알겠노라 수가 먼저 여자 위에 엎드린다.
윤이 따라 올라와 세 사람은 흔들흔들 배가 된다.
"배야, 이제 출발하세요."
엄마 배는 어느새 파도를 가로지르고 거침없이 뱃고동을 울린다.
열심히 연기 중이지만 여자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느 사찰 구석에 쌓아 올린 돌일지도 모른다고.
정성과 비밀을 눌러 담은 그 돌이 돌고 돌아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고.
배는 이제 택시가 된다.
키즈 카페 가주세요. 시골 가주세요.
누구 집 가주세요. 쉴 새 없이 가달라고 한다.
충실하게 모셔다 드리고, 머지않아 수가 먼저 잠이 든다.
"엄마, 나 좀 봐봐."
그건 윤이 잠들기 전 꼭 하는 말. 등대와 다름없는 말.
윤의 코에 코를 맞닿을 듯이 여자는 모로 마주 보고 눕는다.
천국은 그 짧은 거리에 있어. 때로는 순식간에 때로는 오래오래
우리는 그 거리에서 대화를 나눈 뒤 침묵으로 향한다.
한 시절이 영화 같음을 아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아이들이 몸을 뒤집는 소리에도 잠을 뒤척였던 여자는
이제 작은 품을 먼저 찾고, 안겨도 보는 엄마가 되었다.
비슷한 시간 우리는 매일 새로운 무대 위에 선다.
언젠가 이 무대는 막을 내릴 거야. 두 아이는 훌쩍 클 거야.
그럼… 그럼 말이야. 생각보다 더 쓸쓸하겠지.
아이들이 잠든 뒤 '엄마' 역할을 내려놓은 한 여자는 짐작했다.
혼자 남는다 한들 그 극장은 영원토록 같은 자리에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