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고 앉은 상태에서 두 손을 어깨너비로 바닥에 짚는다. 무릎을 팔 윗부분에 올린 다음 살짝 몸을 기울여 발 끝을 든다. 손 끝은 물론 복부에도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바카사나, 까마귀 자세라고도 불리는 아사나(요가 자세)다. 날아가기 직전의 새를 떠올린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새보다 풀썩거리는 나뭇가지를 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있다. 나는 가지의 끝을 두 손으로 아슬아슬 디딘다. 마침내 균형을 찾아 멈춰 선다.
어제 수련 중 바카사나를 5초 이상 해냈다.
시도하기 전에 이게 될지 안 될지 나도 모르게 판단했다. 안 될 것 같아. 다리를 올린 팔뚝은 이미 과부하가 걸렸는데. 이 상태로 어떻게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기지? 살면서 두 손으로 몸 전체를 지탱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손목이 버텨줄 수 있을까? 50프로의 확률이다. 인간이란 말이지. 반반의 가능성 중 왜 안 되는 쪽으로 먼저 마음이 혹할까? 그런 생각을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빠져나올 수 있다. 생각을 지켜보는 자가 된다.
될지 안 될지 모르니 일단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 순수한 경험이 우리를 더 큰 환희로 이끌 때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은 확률의 세계가 아니라 경험의 세계다. 돌이켜 보면, 삶에서 맺은 어떤 결실은 '될지 안 될지'에 있지 않았다. 미약하나마 분명한 희망. 잘 안 된다 한들 배울 수 있는 무언가. 의미가 있으리라는 믿음. 깨끗한 의도. 꾸밈없는 실천. 그 안에서 저절로 피어나고, 맺히는 것이었을 뿐.
그러니 있는 그대로 담백했으면 좋겠다. 나라는 사람. 작은 순간순간, 그렇게 모인 오늘 하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