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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바다 Jun 29. 2021

아빠 놀이터 이야기 1

후암동 놀이 공동체

2020년 아이가 6살이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무섭게 우리 주변으로 다가왔다.

2020년 유치원에 복직하며, 2019년 보다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바람은 신기루처럼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밖에서 무엇인가 하려면 마스크를 써야 했고, 능동적인 사고는 수동적이 되고, 우물 안을 뛰어나와 마음껏 놀던 우리는 다시 우물 안에 들어가서 높은 담장을 바라만 봐야 했다.

아이와 놀이터를 가도, 주변 산책을 가고 싶었지만,  교사로서 그리고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으로서 많은 눈치가 보였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던 아빠의 다짐은 그렇게 무너졌다.


그냥 주변에서 하는 만큼 아이와 놀이공원도 가고, 극장도 가고 그럴까 생각했지만,

사회적인 약속, 그리고, 그러다가 내 아이에게 큰일이 생길 거 같아서 안전한 우물 속 담장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일 년 동안 지내온 사진을 보며, 집안에서 많은 놀이를 하긴 했지만, 동네에서 아무 추억도 쌓을 수 없었다.

심하게 말하면 라푼젤의 마녀처럼 그렇게 세상은 위험하다며, 품 안에서만 아이를 돌봤다.


그리고 순식간에 2021년이 왔다.

내 앞에 있는 아이가 문득 많이 커 보였다.

일곱 살이 되었고,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가야 한다.


1월 1일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생각했다.

무엇인가 해야 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해.

마음속에서 계속 무엇이든 하라고 속삭였다.

동네에서 함께 놀이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다.

사회관계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3월이 되었다.

그리고 3월 5일 나는 "당근"- <동네 생활>에 글을 하나 올렸다.


"아빠 놀이터 1기 모집합니다."


쓰면서도 웃기단 생각이 들었다.

벽보를 붙이는 게 좋지 않을까? 누가 글을 볼까?

그렇게 3월 12일 18:00까지 아빠 놀이터 모집글을 올리고,


당일 20:00 3명의 아빠들이 모두 모였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놀 권리가 사라진 동네에서

우리들만의 안전한 놀이공동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렇게 첫 번째 프로젝트 "나는 괴물이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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