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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간인 박씨 Dec 18. 2022

집은, 주인이 정해져 있지.(1)

시골에 온 이상, 아파트에서 살 순 없지.

닭장 같은 아파트를 떠나 시골로 온 건데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반드시 주택이다.

본가의 세컨하우스부터,

아직도 입주가 반년이 남은 우리 집까지


연고도 없는 우리가 양질의 시골집을 구하는

3년간의 긴 여정.




1. 첫 시골집은 월세 10만 원짜리 귀농인의 집이었다.


사과군으로 귀촌을 마음먹었지만,

나는 아직 서울의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남편(구 시골살이 메이트)이 혼자 한 달 정도 거주한 곳


귀농인의 집으로 올라온 매물 세 군데 정도를 들렀다 마지막으로 본 그 집은

집주인이 본채를 신축하고 남은 구축 황토집을 리모델링 한 곳이었다.

앞에서 본 세 집의 상태가 워낙 심각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집주인이 본채에 거주하고 있어 관리상태가

양호했던 건지 욕실이 리모델링되어있어 제법 살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루를 밟고 올라가서 장지문을 여닫는 옛 건물이었지만 깔끔하고 위치도 좋아

당일 계약을 바로 진행하고 그다음 주인가 서울에서 남편의 짐을 옮겨날랐다.


여기까지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나는 이때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계약일 말고는 내려와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지낸 한 달 만에 남편은 바로 윗동네에 전원주택 계약을 하게 됐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첫 번째로는 어머님이 집 구경을 오셨다가 

놀라서 우셨고,

두 번째는 집 사진을 보고 우리 엄마나를 못 보낸다고 화를 냈고,

세 번째로는 남편이 벌레 때문에 도저히 지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머님, 아버님은 도련님처럼 키워 서울로 보낸 막내아들이 웬 잠금장치도 없는 흙집에 살고 있으니 경악을 금치 못하셨으리라,

우리 집에서는 사진으로만 보고도 시골로 가는 건 허락해도 이 집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역정을 냈다.

남편아무리 틀어막아도 들어오는 벌레에 놀라 허겁지겁 집을 구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남편이 귀촌 공부를 위해 가입해놓은 카페에 글을 올렸고,

윗동네 전원주택을 소개해주는 연이 되어 한 달 만에 첫 집을 탈출하게 되었다.



2. 두 번째 시골집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윗동네 전원주택이다.

이 집은 읍내 사람들에게는 산골로 인식되는 곳으로(실제로는 5km),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산 중턱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고 겨울에는 몹시 춥다.


내가 실제로 본격적으로 시골로 내려와서 산 곳은

이 집인데,

구축 농가주택과는 다르게 아파트와 동일한 구조이기 때문에 생활의 큰 불편은 없다.

32평대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면적 대비 월세 가격이 몹시 합리적이다. 도시에서라면 이 가격으로 원룸 자취방 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추위다. 봄, 여름, 가을까지 아무 문제없이 지내다가도 겨울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집 설계 자체의 문제인지 단열이 되지 않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난방비가 많이 들더라도 기름보일러를 돌려서 집이 따듯해지면 괜찮지만, 

은 도통 따듯해질 기미가 없다.


보일러실에서 가장 먼 큰 방은 크기는 가장 크지만,

겨우내 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안방으로는 사용이 불가하여 일 년 내내 창고로 쓰인다.  


집 밖과 안의 온도 차이로 창문뿐 아니라 벽 자체에 결로가 생겨 복도, 안방, 거실 할 것 없이 외부와 인접한 벽면에 곰팡이가 생기고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기 일쑤.

주말마다 락스 물로 벽을 닦아 황토벽 곰팡이는 겉면만 사라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살아나고,

락스에 색이 바랜 애꿎은 겉옷만 버렸다.


올 초까지 갖은 난방 용품을 동원해 버티다, 결국 결혼 준비와 맞물려 새 집을 찾기로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땅을 매입해서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과,

기존에 건축된 집의 매매를 두고 고민한 결과.


 결론적으로는

이제 30대 초반인 우리가 토지 매매부터, 용도변경, 건물 신축까지 길고 복잡한 과정을 진행하기에는

흔히 얘기하는 인생의 짬밥이 부족하다는 점을 겸허하게 수긍했다.


또 코로나19와 맞물려 건축자재 및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라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도저히 신축을 감당할 수 없겠다고 판단해, 신축은 인생에 남은 장기 과제로 두고 일단 매매 물건을 찾게 됐다.


(사실 신축을 포기한 뒤 매매가 급하지 않으니 전세도 고려했으나,

시골에서는 전세 물건으로 주택이 나오는 일이 굉장히 드물다는 것을 깨닫고 매매로 선회했다.)


지난 몇 년 간 건물 신축을 생각하며 얼마나 많은 유튜브와 블로그, 그리고 주택 관련 콘텐츠들을 찾아봤던가?

그렇지만 매매 계약은 오프라인에서 집을 보러 다닌 지 일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다.


- 후편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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