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덕(德, Virtue)의 차이

— 동양과 서양이 말하는 ‘좋은 인간’이란 누구인가?

by 마테호른

공자의 ‘덕’: 인간관계 속에서 성립하는 조화의 미덕

공자에게 ‘덕’은 단순한 도덕적 성품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인격적 자질이다. 공자의 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덕목은 ‘인(仁)’이다. 공자는 “인자는 사람을 사랑한다(仁者愛人)”고 말하며, 인을 타인을 향한 사랑과 배려의 덕으로 규정한다. 이는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태도이며, 타자와 맺는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이러한 인의 감정이 자의적으로 흐르거나 혼란스럽지 않도록, 이를 ‘예(禮)’, 즉 사회적 규범과 전통적 예절을 통해 질서 있게 실현해야 한다고 보았다. 예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인이 실천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하는 기제다.


공자는 인간을 독립적이고 고립된 존재로 보기보다는, 항상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상호 의존적 존재로 보았다. 따라서 공자에게 있어 덕은 자기완성의 수단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사회적 조화를 이루는 데 목적이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수양하여 예에 맞게 행동하며 타인과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인격 수양의 결과로 도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바로 ‘군자(君子)’이다.


군자는 도덕적 규범을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으로, 단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다. 공자의 윤리는 단지 규범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감수성과 인격적 성숙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실천 윤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이성적 삶의 탁월함을 추구하는 성품 윤리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목적론적 세계관 속에서 덕을 정의하였다. 그는 모든 존재가 고유한 목적(telos)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목적은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즉 잘사는 삶, 번영하는 삶, 행복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은 단순한 쾌락이나 만족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맞는 활동, 즉 이성의 탁월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삶이다. 이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덕(Arete)’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덕은 신의 계시나 감정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과 실천을 통해 습득되는 성품적 성향(Habitus)이다. 그는 “우리는 정의로운 행동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된다”고 말하며, 덕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과 습관의 형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판단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도덕적 감정, 이성적 분별, 행동의 일관성이 결합한 성품 자체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덕의 형성에 있어 ‘중용(Meson)’의 원리를 강조한다. 덕은 과잉과 결핍이라는 두 극단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다. 예컨대 ‘용기’라는 덕은 무모함(과잉)과 비겁함(결핍) 사이의 적절한 중간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한 평균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지혜(Prudence)와 이성적 판단을 통해 파악되는 적절한 상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보았지만, 그의 덕 윤리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완성과 자아실현에 초점이 있다. 덕 있는 인간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자신의 이성과 품성을 계발하여 가장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통해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롭고, 자율적이며, 행복한 존재로 거듭난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개념 비교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모두 인간이 ‘도덕적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 덕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두 철학자가 말하는 덕은 문화적 배경과 철학적 전제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공자의 덕은 무엇보다 사회적 조화와 관계의 조율에 중점을 두며, 인간이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덕이란 타인을 향한 사랑(인)을 바탕으로, 사회적 규범(예)을 통해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윤리적 판단보다는 도덕적 감정과 인격적 수양의 내면화에 더 가깝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전제에 기반하며, 덕은 개인이 자신의 목적(Telos)을 성취하기 위해 훈련과 습관을 통해 형성해야 하는 이성적 탁월성이다. 그는 덕을 통해 인간이 자기완성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윤리는 관계적 조화보다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과 실현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이러한 차이는 덕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공자의 덕 윤리는 예를 중심으로 한 사회 규범의 내면화이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과 습관을 통한 이성의 계발이다. 전자가 도덕적 감화와 공동체적 유대를 중시한다면, 후자는 도덕적 분별과 자아실현의 지향성을 강조한다.




사람다움을 추구한 두 철학자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했지만, 인간이 단순한 본능적 존재가 아니라 도덕적 판단과 수양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깊은 철학적 공감대를 나눈다. 두 사람 모두 ‘덕’을 인간다움의 핵심으로 보았고, 그 덕은 단순히 외적인 규범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과 실천적 삶을 통해 성립되는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공자는 관계와 조화를 통해 완성되는 사회적 인격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과 판단을 통해 스스로 목적을 실현해 가는 자율적 인격을 지향했다. 한 사람은 조화롭고 도덕적인 공동체를, 다른 한 사람은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의 삶을 꿈꾼 것이다.


이처럼 두 철학자의 덕 윤리는 각각의 시대와 문화가 요구한 인간상을 반영하며, 오늘날에도 ‘좋은 삶’,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져준다.




한 문장 요약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는 각각 조화로운 공동체 속의 도덕적 인간과 자율적 이성을 통해 완성되는 개인을 이상으로 삼으며, ‘덕’을 사람다움의 핵심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그 실현 방식과 철학적 초점은 관계 중심성과 자기완성 중심성으로 뚜렷이 갈린다.

keyword
이전 04화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정말 무신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