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 주체, 그리고 비판적 웃음의 철학
권력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권력’ 하면 억압, 지배, 통치자, 경찰, 감옥, 상명하복, 법 같은 강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권력은 누군가가 다른 이들을 조종하거나 통제하는 힘, 억제하고 제한하는 위계적 시스템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코는 그런 전통적인 권력의 개념을 뒤집었다.
“권력은 단지 억압하지 않는다. 권력은 생산한다.”
그리고 마치 뭔가를 간파한 사람처럼, 조금은 장난스럽고, 냉소적인 미소를 즐겨 짓곤 했다. 그 미소는 권력을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적 시선이자, 현대사회를 해석하는 해체적 방식에서 비롯된 지적인 유희의 흔적이다.
푸코가 본 권력, 억압이 아닌 생산
푸코는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과 《성의 역사》(L'Histoire de la Sexualité)에서 기존의 권력 개념을 전면적으로 해체한다.
푸코에게 권력이란 단지 ‘위에서 아래로’ 작용하는 지시나 강압의 힘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조직하고 신체를 훈육하며, 지식을 구성하고 주체성을 형성하는 힘이다.
그는 이를 ‘규율 권력’(Disciplinary power)과 ‘생명 정치’(Biopolitic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권력은 사람들이 자신을 통제하게 하고, 규범을 내면화하며,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도록 한다. 예컨대, 병원의 진단 기준, 학교 생활기록부, 교도소의 감시 체계 역시 푸코가 말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이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그 권력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을 스스로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주체이자 행위자가 되기도 한다.
분산된 권력, 흐르는 권력
푸코가 자주 미소 지으며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권력을 오해하는 방식 때문이다. 사람들은 권력을 마치 어딘가에 ‘존재’하는 실체처럼, 누군가가 움켜쥐고 있는 ‘무기’처럼 상상한다. 하지만 푸코는 말한다.
“권력은 잡히지 않는다. 권력은 항상 관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푸코는 권력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일상적 관계 안에서 분산되고 흐르는 네트워크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지배하고, 누가 복종하는 걸까?
그 질문은 너무 단순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지배하면서 동시에 어떤 규범에 복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지만, 동시에 교육 커리큘럼과 행정 시스템에 복속되어 있으며, 부모는 자녀를 훈육하는 동시에 부모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따라 행동한다.
이처럼 권력은 위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이다.
누가 누구 위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관계가 누구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가 핵심이다.
푸코의 미소는 무엇을 뜻하는가?
푸코의 미소는 복합적이며, 철학적이다.
⚫ 권력은 억압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힘이라는 역설
사람들은 권력을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푸코는 그 권력 없이는 인간의 주체성도 없었다고 본다.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무엇을 정상이라고 여기며, 어떻게 사랑하고 일하는지를 결정하는 힘이 바로 권력이기 때문이다.
⚫ 권력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는 불편한 진실
우리는 타인의 지배를 두려워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스스로 권력의 언어를 말하고, 권력의 시선으로 타인을 판단하며,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
⚫ 권력이 어디에나 있는 만큼, 저항도 어디에나 있다는 희망
푸코는 절망적인 권력론자가 아니다. 그는 말한다.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도 있다.”
이 말은 곧,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존재하지 않지만, 권력의 흐름을 인식하고 균열을 만들어가는 저항이야말로 자유의 방식이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볼 때 푸코의 미소는 체념의 표정이 아니다. 복잡한 권력 속에서 살아남는 인간의 유연함과 전략을 향한, 비판적 유머의 표현이다.
우리는 어떤 권력 속에 살고 있는가?
푸코의 권력 개념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우리는 물리적 감시보다 훨씬 더 정교한 디지털 감시와 자기 감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예컨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나보다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알며, 인스타그램 피드는 내 정체성을 만들어준다. 또한, 더 나은 ‘자기 계발’을 위해 ‘자기 검열’을 강화하거나, 건강 앱의 숫자에 따라 식단과 수면 시간을 조절한다.
이러한 권력은 더 이상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 규율, 내면화된 감시, 자기 동기화된 통제로 작동한다.
푸코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인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바라보며, 유희와 비판이 섞인 철학자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한 문장 요약
권력은 억압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훈육하고, 구성하고, 정의하며, 결국 우리 자신이 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