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거리는 점점 화려해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조용해진다.
반짝이는 불빛과 캐럴 소리 사이에서
괜히 한 해가 빠르게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잘한 일보다 못한 일들이 먼저 떠오르고,
웃었던 순간보다 혼자 버텼던 날들이 더 선명해진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기다림 그 자체였다.
선물과 약속, 설렘으로 가득 찬 하루.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축제라기보다 정리의 시간에 가깝다.
올해 나는 얼마나 나를 챙겼는지,
어디까지 버텨왔는지,
무엇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예민해지고,
사람들 틈에서 더 혼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감정은 이상한 게 아니다.
한 해를 끝자락까지 살아낸 사람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생각보다 많은 날을 견뎌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해냈고,
웃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도
웃어야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사람만을 위한 날이 아니다.
잘 버텨온 사람들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로,
그래도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위한 하루.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괜히 잘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올해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고했다. 생각보다 많이 견뎠고, 생각보다 잘 살아왔다.”
크리스마스는
더 행복해지라고 재촉하는 날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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