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만 무료

어른의 크리스마스

by 마테호른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거리는 점점 화려해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조용해진다.


반짝이는 불빛과 캐럴 소리 사이에서

괜히 한 해가 빠르게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잘한 일보다 못한 일들이 먼저 떠오르고,

웃었던 순간보다 혼자 버텼던 날들이 더 선명해진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기다림 그 자체였다.

선물과 약속, 설렘으로 가득 찬 하루.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크리스마스는

축제라기보다 정리의 시간에 가깝다.


올해 나는 얼마나 나를 챙겼는지,

어디까지 버텨왔는지,

무엇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예민해지고,

사람들 틈에서 더 혼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감정은 이상한 게 아니다.

한 해를 끝자락까지 살아낸 사람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생각보다 많은 날을 견뎌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해냈고,

웃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도

웃어야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사람만을 위한 날이 아니다.

잘 버텨온 사람들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로,

그래도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위한 하루.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괜히 잘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올해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고했다. 생각보다 많이 견뎠고, 생각보다 잘 살아왔다.”


크리스마스는

더 행복해지라고 재촉하는 날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keyword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마테호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작가 지망생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간의 설렘과 가능성을 믿는 이들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싶어 하며, 언젠가는 '마테호른'에 오르는 것이 꿈이다.

78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남겨진 날들, 남겨둘 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