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아니, 산책을 즐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걷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송도에 살지만, 예전에 목동에 살 때는 가끔 꽤 먼 길을 걸었다.
어느 날은 목동에서 등촌동을 지나 김포공항까지 걸어간 적도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오래 걸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걷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이들의 희로애락,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사물들,
그리고 늘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걸음을 늦추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벤치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부모,
이어폰을 꽂은 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젊은 직장인...
그들은 모두 서로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
기쁜 일도 있었을 것이고, 마음이 무거운 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길 위를 걷고 있다.
산책을 하다 보면 세상이 조금 넓어진다.
내가 중심이었던 하루가,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삶 속에 놓여 있는 작은 장면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걷는 시간이 좋다.
걸음을 옮길수록 생각은 조금 단순해지고,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걷는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그저 내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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