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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더 지치는 걸까?

by 마테호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문득 휴대폰을 꺼냈다.

딱히 볼 건 없었다. 그런데도 손이 저절로 갔다.

잠깐 서 있는 시간이 괜히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나는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내려야 할 층에 도착해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많은 사람이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점점 비어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잠깐의 기다림, 잠깐의 멈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몇 초의 시간조차 불안하게 느낀다.


그래서 무언가를 채운다.

뉴스를 보고, 영상을 넘기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다.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넣는다.


그런데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자연스러웠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냥 멍하니 서 있기도 했고, 길을 걸으면서 하늘을 보기도 했다.

쓸모없어 보이는 그 시간이, 사실은 우리를 숨 쉬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가라앉고, 나 자신으로 돌아오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움직이고, 채우고, 소비한다.


하지만 정작 남는 건 별로 없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멈춤’이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

채우는 데는 익숙하지만, 비워내는 데는 서툴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고,

비로소 내 생각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더 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것이다.


딱 5분이라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면 어떨까.

그 짧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걸 돌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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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단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오늘도 ‘앗’ 하고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한 문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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