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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Mar 21. 2023

 아이가 나를 닮는다면

상담을 하며 더욱이 깨달아가는 사실이

바로 부모의 영향력이다.


내담자의 문제와 행동패턴의 근원을 찾아

내담자의 발자취를 주욱 따라가다보면

결국은 부모로부터 답습된 행동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의 근원을 찾아낼 때면

부모인 나 역시 흠칫하며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상담에서 부모를 탐색하는 것은

그들을 탓하기 위해서도,

수용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 행동패턴과 사고와 신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부모의 심리적 역동을 탐색해야

나의 심리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자기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임에도

굳이 들추어내어 근원을 파악한다.


종종 다른 문제로 상담을 찾아왔는데

부모에 대해 다루니

내담자들은 의문을 품기도 한다.


부모의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상담을 하면서는 그 영향력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우리의 행동과 사고와 신념은 부와 모의 합 그 이상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부모의 파워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현장에서 이러한 것들을 직접 목도하다보니

나 역시 부모로서의 나에 대해 늘 경각심을 갖고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부족한 면이 많은 엄마다.

종종 타인에 쌓인 불만을 교활하게 비꼬아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하고,

매우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힘들다는 말을 자주 입에 담기도 하고

(실제 체력적으로 힘든건 사실)

짜증이 올라올 때면 설명충이 되어

장황한 설교를 늘어놓는 꼰대력을 보이기도 한다.


부모로서 이런 부족한 모습들이 비춰질때면

아이가 이러한 내 모습을 답습할 것이라 생각하며

아차 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예전엔 나 역시 부모를 원망해왔기에,

그렇게 형성된 나의 성격에 불편함을 느껴 왔기에

내 아이만은 불편한 삶을 살지 않길 바라

나를 원망하지 않길 바라

혹여나 날 닮을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 했다.

나와 같은 삶을 살고 나와 같은 고통을 느낄까 불안했다.


여전히 나는 아이가 나로부터 답습할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신경쓰이고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좀 더 좋은 부분을 물려받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내 모습을 아이가 가지게 된다고 한들 그 또한 어떠하랴

라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 대한 신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나름 괜찮은 사람이다.


삶의 방향이 늘 선을 향해 있고,

옳은 것을 찾아 나아가려 노력한다.

삶의 의미와 목적이 확고하고

그것을 실행해 나갈 의지와 열정도 충만하다.


미성숙한 모습이 종종 드러나기도 하고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돌아보며

옳은 방향을 찾아 나선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고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나의 모습마저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들을 기반으로

나는 내게 자기 확신감을 가지고 살아나간다.


며칠 전, 동기가 전화가 왔다.

힘든 다른 동기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 듣던 와중 그 동기는 말했다.

"쌤이었다면 문제에 맞닥뜨렸을때 더 마음 굳게 먹고 악바리처럼 일어나서 달려들었을텐데."


아 맞아 나 그런 년이었지.

실패해도 일어나서 부딪히고

실패가 빤한 일에도 달려가 또 부딪히고

부딪히고 깨지고 아파도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이 구역의 미친년이 나였지.


이전 가짜 자존감, 가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때엔 자신감으로 충만했지만

그 근거가 미약했다.

항상 마음은 웅장한데 무슨 근거로? 라고 한다면 글쎄 싶었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겁 먹은 개가 짖는 듯한

과한 리액션으로 겉으로 씩씩하고 용기있는 척 과장된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제는 늘 뜬구름처럼 손에 잡히지 않던 자존감과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어떠한 것인지 체험적으로 느껴간다.


이제는 부족함으로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나의 모습에도

이런 내 모습이 싫지 않다.


아이가 이런 나를 닮는다면?

나의 부족함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그럼에도 괜찮다이다.


아이는 분명 나의 단점도 닮아 갈 것이고,

장점 또한 닮아갈 것이다.


무수히 많은 단점을 닮게 되더라도

단단한 자기확신감을 가지고

단점마저도 상쇄시킬 수 있는

마음가짐과 태도 역시 닮는다면

아이는 충분히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향한 신뢰는

결국 나에 대한 신뢰로부터 이어진다.


나는 아이를 믿는다.

그리고 나는 나를 믿는다.

부족한 모습까지 모두 포함한 내가 좋다.

나를 향한 신뢰와 사랑을 기반으로 부족한 내 아이의 모습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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