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책을 읽으며 유난히 잠이 쏟아졌던 날이 있었다. 편하게 한숨 자고 일어나서 다시 독서해도 됐고 딴짓할 수도 있었지만 유독 그 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서서 독서를 계속했다. 덕분에 그 피곤에서 벗어났다. 작은 성공을 맛봤다.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려 교실 뒤 키다리 책상으로 자주 나갔다. 잠과 싸우느라 몸은 깨어 있었지만 정신은 꺼져있는 상황이라 사실 수업 내용은 들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버텨내고 꿀 같은 쉬는 시간이 찾아오면 쓰러져 자면서도 뿌듯했다. 학습을 위해서는 오히려 한숨 자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피곤이 생활이 되었는데, 그때마다 무작정 졸음을 참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내 생활을 되돌아보며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피곤함이라면 버텨볼 만하다. 달리기로 비유하자면, 숨이 점점 더 차오르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되뇌며 플레이리스트를 바꿔가며 버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