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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Nov 09. 2019

여는 글

김병섭-인천 영종고-dasidasi.tistory.com


교사로 살면서 몇 번 울었습니다. 교사로서 의연하고 당당하고 담담해야 할 사람이 울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울음이 났습니다. 학생들 앞에서도 울고, 학부모님 앞에서도 울고, 동료선생님들 앞에서도 울었습니다. 울 때마다 상황은 달랐지만, 돌아보면 가장 큰 이유는 외롭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0여년 교사로 살아보니 우리 옆에 그렇게 울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생을 대하다가, 수업을 하다가, 학부모 상담을 하다가, 수업 연구를 하다가 그렇게 울었고, 울고 있고, 혹은 그렇게 울고 싶은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때로 교사는 어떤 대단한 사건을 겪으며 울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작은 일 하나에 툭, 마음이 무너져 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눈 앞에 있는 이 일은 참 작은데, 그 작은 일 때문에 내가 운다는 것이 이해되지가 않아서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때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 울음이 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이유를 내내 알 수가 없었는데 얼마 전, 선생님들의 블로그를 다니며 마음에 남는 글들을 하나하나 모아보다가,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교사는 매일매일 자존감이 깍여 나가는 자리에 있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깎여 나가다 어느 날, 마음의 중심이 툭, 무너진다는 것.     

그런 날에도 좋았던 때는 함께 울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그렇게 울어봤고 그래서 울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울어도 괜찮다고, 엎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맛있는 밥과 따뜻한 차와 달가운 노래를 전해 주고 달빛 은은한 거리를 함께 걸으며 내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료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푸지게 먹고, 푸지게 쉬고, 수다를 풀며 신나게 웃다보면 어느 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습니다. 이 책은 그 울음과 밥과 차와 노래와 달빛과 그렇게 함께 걷기의 결과물들입니다.     

여러분들께도 이 책이 아주 작게나마, 울음이며 밥이며 차이며 노래이며 달빛이며 그렇게 함께 걷기의 일부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울음이 날 만큼 기쁠 것 같습니다.      

2019년 9월 마지막 날

학생들을 보내고 학교를 퇴근하기 전 시간에     

김병섭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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