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과 피

by 풀빛

어긋나는 말과 말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말과

너를 깎으려고 하는 말

그 어긋난 각도와 틈을

나는 한참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깨진 얼굴들이 보인다


틈 속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는 기어코 그 틈을 만든

말의 가장자리를 매만진다

또 손이 베이고 빨간 피가 흐른다.


말과 말 사이에 나도 말을 보태

틈을 메우려 했지만

늘 무용하다

쓰리기만 하다.


틈을 들여다보는 것,

만지는 것,

메우려 하는 것을

하지 말자.


베인 손을 아물게 할

언어를 열심히 삼키자.

틈에 머물던 시선을 거두어

아무는 손바닥 그 밑을 맹렬히 흐르는 피를 보자.

내가 삼킨 언어로 이루어진 피

새로운 몸을 만들어갈 피.

깨지지 않을 얼굴을 한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