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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Nov 25. 2020

벗어 놓은 가을 마중

[행복한 장례식] 뒤늦은 가을


는 안간힘을 다해 가을에서 걸어 나왔다.


매해 10월이 되면 내 몸은 움츠러들면서 온몸이 가시에 질린 듯 따끔거리고, 쓰리고 아팠다.  2010년 10월,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 해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의 제사상도 제대로 챙겨 드리지 못하는 죄책감과 엄마의 부재, 존재적 외로움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올해 가을은 다르게 다가왔다. 흐릿했던 초점이 또렷해지는 느낌이랄까? 쓸모없던 생각들이 저절로 아웃포커싱 되고, 항상 곁에 존재하는 중력을 갑자기 느끼는 순간이랄까? 10주기가 되어서야 난 엄마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엄마를 놓지 못하니 힘들고 아팠던 것이다. 반짝반짝 아름다운 10월에 떠나 외롭지 않았겠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 속에서 인정이 생겨났다. 이 단순한 사실을 아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알베르 카뮈-


10월의 따스한 햇살에 하루하루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세상 그 어떤 화려한 도시들의 풍경과 아름다운 예술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늘도 구름도 더없이 화려했다. 가을이 꽃이 되는 두번째 봄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며 하루하루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위안과 평온함이 느껴졌던 10월이었다. 10년 동안 10월마다 난, 나에게 회복의 시간을 가지게 했던 것 같다. 나를 위한 10월의 회복의 시간이었다.



꽃이 피어나는 붉은 잎이 피어났다.
가시 속 알차게 자라나는 밤처럼 어느새 나의 마음에도 꽉 찬 열매가 자리 잡고 있었다




[행복한 장례식] 맷 제임스 작품, 원제 The Funeral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 본 장례식에 대한 그림책이다. 작가 맷 제임스는 장례식 풍경을 담아내며 우리들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게는 방법을 귀띔해준다.


나라마다 장례 문화는 조금씩 다르지만,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은 같으며, 떠나보내는 마음은 슬프지만. 고인의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보내는 이야기를 그림책에서 전한다. FUNERAL이라고 깃발을 꽂은 차량이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페이지 가득, 화려한 꽃으로 채웠다. 꽃의 화려함과 푸르름으로  죽음은 슬프고 우울한 것만이 아닌 행복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도록 했다.  아름다운 이별을 담아냈다.


실제 작가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영감을 얻기 시작했고, 장례식에 꽂아 둔 꽃을 말려 여러 기법으로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한다.  


10년 전 운구차가 지날때 길거리마다 코스모스가 만발하게 피었었다. 올해 가을처럼 그날도 따사로웠던 햇살로 나른했었던 기억이 이제야 떠오른다. 엄마의 10주기,10년만에 올 10월에 행복한 그리움으로 엄마를 보냈다.  올 가을 낙엽은 유독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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