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코, 묻는 사람

2부: 고백을 위한 언어 (글을 쓸 때 비로소)

by 비니루

저는 늘 대답하는 사람이었어요.


질문은 누군가의 것이었고, 저는 설명하고, 정리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이었죠. 학생들에게는 ‘이건 이렇게 말해보자’고 가르쳤고, 어른들 앞에서는 ‘이건 이렇게 표현하면 된다’고 정리해줬어요.


저는 말의 구조를 익히고, 의미를 다듬고, 그 틀 안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모르는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아무에게도 꺼내지 못할 감정들. 설명되지 않는 마음들.

그게 제가 상담실 문을 두드린 이유였죠. 처음엔 조심스러웠어요.


이걸 말해도 되나?

이게 이상한 생각은 아닐까?


하지만 그때부터 저는 제 삶에 직접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인가요?”

“무엇이 나를 계속 서 있게 하나요?”

“나는 왜 아직도 울지 못하고 있나요?”


묻는다는 건,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제 마음의 결을 따라 한 문장씩 저를 알아가는 일이었죠. 그동안 책값으로 천만 원 가까이 썼어요. 많이 읽었죠. 깊이 읽었어요.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어떻게든 저를 이해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저의 지적 허영심을 채울 책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기록을 시작했어요.


읽지 못한 문장들을, 아무도 대신 써주지 않았던 말들을 제가 직접 꺼내보기로 했죠. 그리고 문장을 쌓으며, 저는 아주 조용히 알게 되었어요.


제 마음 속이, 생각보다 많은 책장이었음을.

꽂혀 있는 책은 없었지만 여백은 있었어요.


그 여백에 저는, 하루하루 한 장씩 저를 채워가고 있답니다.


기여코, 이제는 제가 물어요.


초라한 시절 불리고 싶은 이름은 무엇인가요.

근사한 시절 불렸던 이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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